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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두건 May 18. 2024

02. 너랑 나 사이는 몽글몽글, 두근두근

꾹꾹이 당하고 싶어

 깅깅이가 집에 온 지 어느새 일주일이 넘었다. 생후 2개월 미만 아깽이라 힘이 넘치는 깅깅이를 위하여 더 많은 장난감을 주문, 또 주문. 통장은 텅장이 되어도 내새끼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마음만은 풍족해지는 엄마다.


 요즘 비혼이나 이혼,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며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함께 평생을 살 사람을 찾는 대신 전적으로 돌보고 사랑할 수 있는 반려동물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만큼 삭막한 회색빛 인간 사회를 반영하는 것일까. 사람에게 데여 마음 여러 곳에 화상 자국이 울긋불긋한 사람들은 조건 없이 사랑을 주는 작고 여린 동물들을 찾는다.

 나 또한 사람에게 지쳐, 사람에게 질려 예전부터 사랑하던 고양이를 입양했다. 기대수명은 사람보다 짧아도 사람만큼 악독하진 않을 새 가족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하여 반려동물을 선택하기도 한다. 우울증은 대체로 무기력감, 무쾌감을 동반하기에 섣부른 입양은 자칫 화를 돋울 수 있다. 그러니 나처럼 오랜 기간 치료를 받고 상당히 회복했거나, 적어도 반려의 평생을 책임질 각오가 된 사람이 동물을 입양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은 대체로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작은 동물과의 정서적 교감과 돌봄에 대한 책임은 무망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목표를 만들어 준다.


 그리하여 현재 깅깅이는 내 삶의 주축이 되었다. 일주일 동안 지켜보고 거리를 두며 적절히 다가갈 수 있도록 애쓴 결과, 깅깅이의 환심을 사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깅깅이는 이제 캣타워와 숨숨집을 타고 침대 위에도 서슴없이 올라온다.


이제는 손을 살며시 내밀면 킁킁하며 냄새도 곧잘 맡는 아가다. 큰 발로 가까이 다가가도 예전처럼 냅다 도망치거나 숨지 않는다. 그러나 무릎에 안기면 눈에 약을 넣거나 어떤 처치를 한다는 것을 눈치채서인지, 아직 무릎에 있는 것은 영 익숙지 않아 한다. 이마와 정수리를 쓰다듬는 스킨십도 미꾸라지처럼 피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약 처치를 하지 않을 때 다리 사이에 고양이를 두고 살짝 스킨십을 하는 등 사람의 손길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하고 있다.


 고양이의 집중 사회화 기간은 3~7주, 2차 사회화 기간은 12주까지라고 한다. 깅깅이는 대략 8~9주차 아깽이이기 때문에 부러 낯선 사람에게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나중에 개냥이가 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선배 집사의 조언을 듣고 고민하다 친구 한 명을 데려와 봤다. 고양이 소리를 기가 막히게 내는 친구는 금세 깅깅이와 친해졌다.


신나서 함께 사냥 놀이를 하는 깅깅이의 모습. 처음에 나에게 하악질을 워낙 많이 했어서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기특하게도(또는 조금 질투 나게도) 친구에게는 하악질 한 번 없이 잘 놀았다.

 내가 일주일 간 노력한 보람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


내친김에 손톱만 한 발바닥 젤리도 구경하고, 새 장난감들도 많이 개시해 봤다. 처음엔 장난감을 밀어주기만 해도 하악거리더니, 이제는 먼저 다가와서 킁킁 냄새를 맡는다. 호기심 천국 아깽이는 에너지도 넘쳐서 하루종일 놀아줘도 또 우다다를 한다.


 동물병원에서 큰 강아지들이 많은 사육장에 스트레스 받으며 갇혀있다가 우리 집으로 와서 열심히 뛰노니 오히려 살이 빠졌다. 그래도 밥도 물도 잘 먹고(물을 진짜 많이 마신다. 이 문제는 다음 주에 병원에 물어본 후 관련 정보를 소개하겠다. 고양이의 음수량이 너무 많으면 병이 있는 것일 수 있다 한다.) 대소변도 잘하니 큰 걱정은 없다.


 내가 깅깅이의 건강을 체크할 때 쓰는 앱은 '집사일기'이다. 위 사진은 에세이를 쓰고 있는 현재 진행 중인 기록들이다. 약 복용, 빗질, 모래갈이, 양치 등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정을 반복 등록해 두고 관리할 수 있다. 매일의 대소변 상태와 크기, 횟수, 식사량과 음수량도 체크할 수 있다.


등록된 정보들은 보기 쉽게 그래프로도 제공된다.


 몇몇 친구들은 나보고 좀 유난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렇게 안 해도 알아서 잘 크는데 왜 그러냐고. 병원에서도, 구매한 처방식의 칼로리를 문의했더니 고양이는 칼로리를 따져가며 먹이지 않는다고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러나 내새끼는 최고로 좋은 것,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해주고 싶은 게 나의 마음이다. 내가 데려 온 이상 내가 책임져야 한다. 한 번 길에 버려진 적 있는 아이를 대충 키워 아프게 하거나(고양이의 비만은 가장 흔하고 쉽게 놓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혼자 외롭게 두거나 상처 주고 싶지 않다.


이렇게 귀여운 아가는 충분히 행복해야 하니까, 나는 앞으로도 열심히 힘쓸 거다.

 나중에는 많이 친해져서 깅깅이가 내 몸 위로 올라와 꾹꾹이를 하는 그날까지, 우리 사이는 몽글몽글 두근두근♡

(*해당 용어는 펫프렌즈의 구매금액 별 혜택 등급에서 따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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