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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an 13. 2024

당신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이규진 

 혹시 사진 정리를 하다가 추억에 잠겼던 적이 있는가? 사진을 보면 그 당시의 장면들이 떠오르고 그때의 분위기, 공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건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음악은 우리를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한다. 어떤 노래는 즐거웠던 여행을 떠올리게 하고, 어떤 노래는 연애 초기의 낭만적인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또 연말에는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느낌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음악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음악은 감정을 만든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가 그 예시인데, ‘우울할 때 듣는 플리’, ‘둠칫둠칫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플리’ 이런 것들이 인기 있는 이유는 음악이 감정을 만들고 증폭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정은 우리에게 추억을 선물한다. 우리는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을 듣고 있는 노래에 더할 수 있고, 그러면 기억은 음악과 강하게 연결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그 음악을 들으면 기억을 소환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음악치료학의 권위자 해리스 박사 연구에 따르면 노래가 강력한 추억 회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노래는 곡조와 가사, 가수의 모습 등 여러 요소로  있어, 뇌의 청각, 언어, 시각 등을 담당하는 여러 영역에 저장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는 있지만 가사는 기억나지 않은 경우가 있듯, 노래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 뇌에 기억되기 때문에 노래의 아주 일부분을 듣는 것 만으로 추억이 가지처럼 뻗어나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문득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친구들은 어떤 노래를 좋아하고 그 노래에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을까? "당신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몇몇 주위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When i’m still getting over you - Peder Elias,  Supermarket Flowers - Ed Sheeran

https://www.youtube.com/watch?v=DB2bsf3xkNk    https://www.youtube.com/watch?v=bIB8EWqCPrQ

 김씨(친구) 카톡 대표 음악으로 설정된 음악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두 음악이 기억에 남아. 특히 Supermarket Flowers는 나랑 김씨랑 연락을 자주 주고받던 시절에 걔가 좋아한다고 했던 노래여서 생각이 나. 그래서 그때 한창 SNS 스토리에 이 곡 올리고 그랬지. 사실 들으면서 딱히 노래 좋다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그냥 노래 감상에 대한 것보다는 과거 기억에 대한 것들이 더 먼저 떠올라서.

그 사람과의 추억 같은 게 있어?

 supermarket은 한창 연락 자주 하고 잘될 때, 같이 음식도 먹고, 걔가 나한테 쿠키 같은 것도 주고 했을 때 이 노래 좋더라 하고 알려줬던 거고. 그 후에 내가 걔한테 팔로우취소당하고 희망을 잃어가던 슬픈 때에 걔 카톡 대표음악이 when I'm still~이었는데, 그 곡이 내 상황이랑 비슷한 사랑에 실패한, 그런 내용의 가사였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



SnowMan - Sia

https://www.youtube.com/watch?v=lvFq6JixFrs

 터키 여행 가는 비행기에서 주구장창 이것만 들었어. 그랬더니 이 노래를 들으면 터키 여행갔던게 기억나. 딱히 엄청 좋아해서였다기보다는 터키가 눈이 좀 오잖아 그러니까 겨울에 듣는 노래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스노우맨을 골랐지.



SMITHEREENS - Joji

https://www.youtube.com/watch?v=FvOpPeKSf_4&list=OLAK5uy_lngIO30NrPZTgLHnf6-bxRF3x99DXTySI

 터키 여행을 갔을 때였는데, 맨날 아침 새벽에 버스를 타고 단체로 움직였어요. 근데 터키가 또 자연이 많거든요. 거의 다 자연인데, 그날도 새벽에 버스를 타고 자연을 달리고 있는데, 창 밖을 보니까 풍경이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그때 딱 이 앨범을 엄마랑 에어팟 한쪽씩 나눠 들었는데 그때가 너무 좋았어요. 그 앨범을 들으면 그 순간과 터키 여행, 엄마와의 추억이 떠올라요. 그리고 이 앨범이 새벽 분위기란말이죠. 평소에도 새벽이면 즐겨 들었는데, 그걸 터키에서 심지어 자연 풍경을 보면서 심지어 엄마와 들으니 더 좋았다~

 어머니도 같이 들었을 때 좋아하셨나요?

 네, 그래서 또 기분도 좋았습니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 윤도현

https://www.youtube.com/watch?v=mhooCdRgMGk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진짜 거의 한 몸처럼 지냈다 이 말이지. 부모님께서 음악을 좋아하시기도 했고, 들려주기도 최대한 많이 들려주려고 하셨는데, 진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셨아. 특히 우리 엄마가 윤도현 밴드를 좋아했어. 그래서 윤도현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거든, 그중에 가장 기억에 짙게 남았던 게 가을 우체국 앞에서였어. 왜인지 모르게 멜로디가 귀에 박히더라고. 내가 아무리 다른 어떤 노래를 듣고, 다른 팝송을 듣고 접해도, 결국 다시 돌아오는 거는 이 노래더라고. 약간 나는 원래 한 노래에 빠지면 한동안 계속 그것만 듣거든? 그렇게 계속 듣다가 듣다가 하다 보면 다시 여기로 돌아오게 되는 거야. 최근에 이 노래를 다시 들어봤는데, 왜 어렸을 때는 가사 같은 거 전혀 모르고 그냥 멜로디만 듣잖아. 근데 이제 내가 나이를 좀 먹고 가사를 직접 보면서 들으니까 가사가 너무 좋더라고.

어떤 가사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 하나를 읊자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라는 가사가 있거든. 이 가사가 마음을 울렸어. 나는 좀…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낭만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것들을 찾으려고 되게 노력을 많이 하는데, 이런 자연 풍경이나 내 주변 사람들이나 그런 걸 볼 때, 이런 것들이 언젠가는 사라질 거 아니야. 어쩔 수 없이. 그래서 그런 것에 대한 아련함이나 모든 의미들을 계절에 비유해서 쓰는 것들을 되게 좋아하거든. 그런데 윤도현이 가사에서 계절을 비유해서 그런 생각을 써냈더라고. 어렸을 때 자주 듣던 노래를 가사까지 이해하면서 들으니까 더 와닿아서 다르게 들렸던 것 같아. 



Lemon Tree - Fool's Garden

https://www.youtube.com/watch?v=XAFS43NKFag

 전 중학교에서 영어 수업시간에 듣던 노랜데, 그게 딱 이우학교에 오기를 결정하고 있었을 때 수업 시간에 했던 거야. 거기도 대안학교였는데 약간 여기보다 더 프리한 느낌? 그런 분위기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불렀었어. 그 친구들이랑 내가 거의 인생 친구들이거든. 10년 동안 같은 학교 같은 반에 있었고 한 반에도 20명 밖에 없어서 친구들과 불렀던 게 되게 추억이었는데, 이번에 그 친구들이 영어 연극을 한대서 찾아갔어. 가니까 그 친구들이 이 노랠 불러줬어 갔고 뭔가 감동적이었고 추억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 같아.

 애들이랑 되게 많이 불렀나 보네?

 어 엄청. 그 노래에 중독돼 가지고 뭘 하든지 수업시간에 쉴 틈 나면 애들이랑 같이 기타 치면서 불렀던 노래야. 낭만이 있었지. 학교가 자연이랑 가깝고 전자기기도 못 들고 들어갔어. 진짜 건물하고 사람만 있던 학교였어가지고 가을에 풍경을 보면서 기타를 치면서 불렀던 추억이 생각나.



살만해 - 저스디스

https://www.youtube.com/watch?v=ydM8gnP7VYE&pp=ygUIdGtmYWtzZ28%3D

 내가 중 1 때 아침에 등교할 때마다 들었던 곡이야. 이 노래만 들으면 아침마다 버스정류장에서 32번 버스를 기다리면서 들었던 기억이 나. 왜냐하면 이 노래가 되게 내 아침과 비슷했어 상황이. 아침에 이걸 들어줘야지. 이 사람이 랩을 잘해서 아침에 들으면 기분이 좋아.



If The World Was Ending - JP Saxe

https://www.youtube.com/watch?v=1jO2wSpAoxA&pp=ygUXaWYgdGhlIHdvcmxkIHdhcyBlbmRpbmc%3D

이 곡이 떠오른 이유는..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일 무렵. 짝사랑을 했었는데, 짝사랑을 할 때 밤에 키티 이불을 덮고 그 안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지.

그 친구랑 잘 안 됐니..?

졸업하고 제가 이제 펜으로 써서 고백을 했는데 그러고 차였죠.. 이 곡이 뮤비가 있는데 진짜 감정이입이 엄청 됩니다. 진짜 슬퍼. 꼭 들어보세요 다음에 이불 덮고 그 or 그녀를 생각하면서.



파노라마 - 이찬혁

https://www.youtube.com/watch?v=Y7C8qIpo7Dg&pp=ygUIdmtzaGZrYWs%3D

 작년에, 시험기간 끝나고 겨울철에 그때 겁나 추웠을 때. 수업 시간에 계속 잤거든, 왜 시험 다 끝나면 선생님이 영화 틀어주시잖아. 그때마다 파노라마를 거의 무한반복시켜 놓고 잤어. 사운드 자체가 되게 몽환적인 노래거든? 그래서 진짜 뭔가 그때 겨울에 그 자다 깬(몽환적인) 느낌.ㅋㅋㅋ 그게 생각나는 것 같아.

네가 죽기 전에, 10대의 주마등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면 어떤 기억일 것 같은지?

일단 넌 절대 안 나올 것 같고, 음... 아마 3학년 말쯤에 빼빼로 주고받았던 기억이 생각나지 않을까. 아 주고받은 건 아니지 주기만 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던 나의 과거..



점프 - 김동률

https://www.youtube.com/watch?v=Sb-YMKBbXIg&pp=ygUQ6rmA64-Z66WgIOygkO2UhA%3D%3D

 어릴 때 들었던 노래야. 아빠차 타면 노래모음집에서 나왔었는데 그거 때문에 많이 들었거든. 그리고 최근에 폰을 뺏기고 MP3를 샀잖아 내가. 그래서 직접 노래를 다운받아야 했는데, 그때 어떤 걸 다운받을까 생각을 하다가 딱 이 노래가 생각이 난 거야. 노래가 멜로디도 좋고 가사도 좋아. 삶이 지루해졌을 때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라 이 노래 들으면 어디로 여행 가고 싶어져



 세상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고 각자의 취향도 다 다르다. 우리가 음악을 들으며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그때가 그리워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 또한 나중에는 추억하게 될 날일 것이다. 당신의 삶이란 영화에 OST가 깔린다면 어떤 장면에 어떤 음악이 재생될까? 오늘 듣는 당신이 좋아하는 그 음악이 나중에 오늘을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트랙이 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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