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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 a Fan Jul 27. 2024

글 뒤로 숨바꼭질

일상에서 나를 윤택하게 하면서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생각'이다.  


그래서 종종 주문을 외친다.


"생각아 없어져라 얍!"


그러나 마법은 일어나지 않는다.


좋은 생각은 언제 하든 어떻게 하든 얼마나 하든 하면 할수록 나를 미소 짓게 하지만, 그 시발점이 부정적인 생각은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내 영혼을 갉아먹는다.


어리석게도 지금까지 수 많은 날 동안 정체가 불분명한, 막연함과 부정으로 가득한 '생각'이 나를 깊은 심해로 끌고 가 내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부정하기에 이르도록 아무런 방어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창살 없는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괴롭혔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이제는 그 '생각'으로 인해 괴로워질 것 같을 그때, 글로 내 마음을 지키는 연습을 하고 있다.


첫 몇 글자로는 아직 큰 감흥이 없다. 가끔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러나 단어가 문장이 되고 문장이 문단이 되어있을 즈음, 나는 세상의 모든 걱정과 염려를 뒤로 하고 산뜻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푸르른 초장에 서 있다. 비록 두 발은 꼼짝없이 현실에 묶여있지만, 나의 정신만큼은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다.


Amden, Germany


보통 이미 일어난 일들을 글로 적어내지만 때로는 앞으로 일어났으면 하는 일을 적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그 생각이 곧 행동으로 옮겨지고 그렇게 소소한 일상의 기적이 일어난다. 머릿속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게 그리 어렵지 않게 된다.


오늘도 '생각' 나를 집어삼키기 직전, 펜을 들고 글 뒤로 숨었다.


가장 신나는 숨바꼭질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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