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린.
눈을 떠보니 태어난 곳이 광주였다.
세 살부터 살던 곳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무등경기장이 있었다.
아버지는 야구를 포함한 온갖 스포츠를 사랑했고,
세 살 터울의 남동생 대신 스포츠 광인의 피는 내가 이어 받았다.
수많은 관심사를 따라갔던 꿈의 정착지는 스포츠였고, 목표는 기아 타이거즈의 프런트 직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야구 빼고 취재는 다 해본 전직 스포츠부 기자.
영화를 전담했던 새내기 연예부 기자.
타의 90%와 자의 10%로 쉼표 찍고 있는 백수.
야구는 오래 봤지만 여전히 룰과 기록 보는 건 어렵고, 공부해야 하는.
영화 일을 더 하고 싶어서 그 역시도 공부해야 하는.
남은 것은 공부 뿐인 20대의 끝자락에서 드디어 내 글을 쓰기로 했다.
계속해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지금이 아니면 시작을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보값 없는 0과 1의 조합이어도, 뭐라도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게으름이 미덕인 인간이 부디 잘 해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