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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린 Jun 24. 2020

첫 번째.

그냥, 가린. 

내년이면 우리 다시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이야. 친구에게 이 말을 내뱉고 스스로 아, 싶었다. 그러네. 아홉수라는 핑계로 이 시기를 넘기고 나면 다시 0부터 시작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와 닿아서.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오래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의 고민 앞에, 딴에는 멋지게 조언을 해놓고도 제 말에 그제야 위로를 받는 게 조금 우스웠다. 누군가에게 괜찮지 않다는 말을 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유난스럽게 못 하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친구를 향한 위로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나서야 정말 내 글을 쓰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이곳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잘 아는 건 야구지만 전문가 수준은 아니고, 영화는 여전히 공부하던 수준이었다. 이런 에세이 류의 글은 차고 넘칠 텐데, 이 정도로 작가 인증을 받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무엇이든 쓰고 싶은 글을 쓰기로 했다. 글은 못 쓰는 편이 아니니까 생각보다 잘 먹힐 수도 있고, 안 먹히면 다른 플랫폼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심사에 들어갈 글에 이런 말을 쓰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 나는 제로베이스로 리셋을 앞두고 있는, 아홉수에 질병 아포칼립스를 만난 스물아홉 백수인데. 무엇이든 쓰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야구를 포함한 구기종목(스포츠라고 하기에는 다소 한정적이라 구기종목이라 하겠다) 이야기, 전문가가 되지 못했고, 준전문가도 아닌 사람의 영화 이야기, 그리고 아홉수를 지나가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쓴다. 글을 쓰고 싶었으니 뭐라도 써보려고 한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정보값 있는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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