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의 벽은 높고도 차갑다

by 재미나이

브런치에서 구독은 화폐다. 공감은 잔돈이고, 댓글은 팁이다. 하지만 구독은 진짜 돈이다. 그리고 그 돈은, 쉽게 풀리지 않는 금고 속 현금 같았다.


구독은 사랑 고백 수준이다. 브런치에서 누군가를 구독한다는 건 “당신의 글을 앞으로 계속 보겠다”는 작가적 약속이다. 그러니 사람들은 일러스트 카드도 받고, 댓글도 달고, 심지어 DM으로 인사도 받아도 구독은 쉽게 안 누른다. 왜냐하면 구독은 마음의 결제이자 미래를 향한 약속이니까.

지인 구독자: 의리로 눌러주는 사람들 나는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지인 동원력을 발휘했다. 단톡방에 글 링크를 뿌리고 “야, 나 브런치 작가 됐어. 구독 좀 눌러줘.”라고 말하며 작가적 자존심을 잠시 내려놨다. 그 결과, 구독자 수는 0 → 7명으로 급등했다. 그중 3명은 내 글을 안 읽었고, 2명은 브런치 계정을 처음 만든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만족했다. 구독자 수는 숫자고, 숫자는 작가에게 위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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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구독: 작가끼리의 눈치 싸움 브런치에는 상호 구독 문화가 있다. “너 구독해주면 나도 해줄게”라는 말은 안 하지만, 눈빛으로 하는 무언의 계약이 벌어진다. 작가들끼리 서로의 글을 읽고 공감 누르고 댓글 달면서 구독을 유도하는 전쟁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 구독은 진심이 아니라, 창작자로서의 처절한 생존이다.


유령 구독자: 존재하지만 읽지 않는다 구독자 수는 늘었지만 조회수는 그대로다. 왜냐하면 그들은 구독만 하고 사라진다. 나는 그들을 유령 구독자라 부른다. 그들은 내 글을 읽지 않지만 내 작가 페이지에 숫자를 남긴다. 그리고 나는 그 숫자를 보며 작가로서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마치 영혼 없이 존재를 증명하는 홀로그램처럼.


결론: 구독의 벽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브런치에서 구독을 받는다는 건 재미, 감성, 네트워킹, 운—all in one이다. 그 벽은 높고도 차갑다. 그리고 나는 그 벽 앞에서 지인, 눈치, 유머, 자조를 총동원해 기어오르고 있다. 언젠가 그 벽 너머에 진짜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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