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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쿠아마린 Nov 04. 2021

광릉수목원의 아침

포천국립수목원의 가을풍경





모국어의 여러 글자들 중에서 <숲>을 편애한다고 말한 이는 작가 김훈이다.

그는 <자전거 여행>에서 <광릉숲>에서 <숲>과 <숨>을 이야기했다.

깊은 숲 속에서는 숨 또한 깊어져서 들숨은 먼 오지에 까지 스며드는데,

숲이 숨 속으로 빨려 들어올 때 나는 숲과 숨은 같은 어원을 가진 글자라는

행복한 몽상을 방치해 둔다.


광릉숲의 가을은 조락<凋落>의 미덕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하염없는 조락의 그늘아래서 김훈작가의 <숨>과 <숲>을 생각하는 아침은 시원<始原>에서 불어오는 바람속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연일 아침 안개가 몽환적이었다. 출근길에 사무실을 지나쳐 광릉수목원으로 내차 달렸다. 광릉수목원길의 가을은 절정을 지나쳤지만, 정점을 지나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러너처럼 차분했다. 더 성숙해졌다고 해야하나!



시원(始原)에서 부터 불어오는 것 같은 바람에 낙엽이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쉬임없이 새들은 노래를 불렀다.

수목원의 하늘은 텅 비어 있었고, 잠시 햇살이 비치더니 실종이었다.



숲 속 여기저기에서 여인네들의 감탄사가 신음처럼 울려퍼졌다. 어디선가 풍기는 달고나 냄새를 신기해하며 풍경 속에서 온갖 포즈를 취했다. 사무실로 돌아가야 하는 나만 마음이 바쁜 사람이었다!




그녀들이 궁금해 하는 달고나 냄새는 계수나무가 뿜어내는 향기였다. 계수나무를 일부러 찾지 않고 서둘러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이 계수나무와 우리가 어릴 때 즐겨부르던 동요 <반달>속의 계수나무와는 관계가 없다. 달 속의 계수나무는 <목서>를 지칭하는 것으로 꽃에서 풍기는 향기가 좋다. 이런 사실을 나는 즈음에 알았다.


참고로 수정과에 필히 들어가는 계피는 계수나무와도, 목서와도 관계가 없다.

광릉 수목원에서 김훈은 이렇게 썼다.

'소나무 숲의 향기는 말라있고, 참나무 숲의 향기는 젖어있다.'

마른 향기, 젖은 향기, 쌓인  낙엽 속을 걷는 일의 행복을 이 숲에서 맛 보시길...



다시, 이길을 걸어서 나는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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