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무한’ 도전
백종원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후로 무려 5년 만에 MBC에 복귀했다. 프로그램의 취지는 요리계의 대부 백파더(백종원)가 요리 재료를 하나를 선정해 요리 초보자들도 쉽게 요리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 요리초보자들을 소위 요리+어린이 즉, ‘요린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백파더를 옆에서 보좌(?)하며 요린이들을 금손의 길로 안내할 길라잡이, 양잡이(양세형)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인 동시에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90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실시간으로 요린이들과 소통하면서, 요리 과정을 천천히 그리고 아주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생방송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재밌겠다’라는 생각보다는 덜컥 걱정부터 앞선다. 요린이들이 요리를 배워가는 과정이 답답하진 않을지, 다수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방송이 혼잡해지진 않을지, 방송사고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등등 생방송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점부터 떠오른다. 그러나 걱정이 되는 만큼 궁금증이 생긴다. MBC는 도대체 어떤 무기를 가지고 생방송이라는 포맷으로 시청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을까?
생방송, 백종원의 무모한(?) 도전
생방송 예능이라는 전무후무한 도전인 만큼 백종원 자신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확신하지는 못한 듯싶다. 실제로, 요린이들을 위한 방송이다 보니 요리하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단조롭고 천천히 진행된다. 첫 방송에서 계란 프라이 하나, 밥 한 공기를 짓는데 무려 90분이 걸렸다. 그마저도 시간이 부족해서 허겁지겁 밥을 담고, 어설프게 마무리 멘트를 날리는 모습은 생방송의 단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늘어지고 재미가 없어진다는 반응이 많다. 생방송이다 보니 단순 재료를 손질하는 장면까지 시청자들이 봐야하는 문제점도 있다. 두부를 지지거나, 김치나 미역을 손질할 때 잠깐의 시간은 시청자들에게 굉장히 무료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백파더만의 특별한 장치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바로 타이머 밴드(노라조)이다. 타이머 밴드는 재료를 손질하는 시간, 약 1분 동안 무대 위에서 노래한다. 그날 사용할 재료를 녹여낸 우스꽝스러운 의상을 입고, 유쾌한 댄스와 파워풀한 보이스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즐거운 무대를 만든다. 타이머 밴드는 제작진들이 생방송이라는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장치다. 이전에 없던 도전을 위해, 제작진들은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또다시 수정해간다.
첫 방송이 나가고 난 뒤, 백종원 같은 사람이 요리 못하는 사람한테 요리를 알려주는 것이 효율적이냐는 말도 많았다. 그러나 백파더는 사실 백종원이 원하는 대로 기획 및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기본적인 음식조차 보고 따라 하지 못하는 요린이들을 위해서 요리에 관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백종원의 생각에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프로그램의 취지만큼은 정말 따뜻하다.
백파더 제 3의 멤버, 요린이
요린이들은 백파더에서 백종원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좌우한다. 백파더의 재미 포인트는 상상을 넘어선 요린이들의 요리 실력과 그 실력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이다. 시청자들은 계란 하나 제대로 굽지 못하는 요린이들을 보며 재미를 느끼고, 요린이들의 성장 과정을 통해 대리만족한다. 특히, 화상채팅을 이용한 쌍방향 의사소통 덕분에 요린이들의 요리 도전기가 더 생생하고 현장감 있게 다가온다. 특히 백파더에서 맹활약 중인 구미 요르신은 백파더의 제3의 멤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다수의 인원이 함께하는데다가 화상채팅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다수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요린이들의 질문에 일일이 반응할 수 없다. 그리고 화상채팅은 오디오나 비디오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소통과정에 딜레이가 생기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린이들의 수를 줄이고 더 철저하게 점검하지만 사소한 문제들은 어쩔 수 없이 계속 발생할 것 같다.
오히려 솔직해서 좋다
백파더는 PPL조차 솔직하다. 최근 유튜브에는 ‘뒷광고’와 방송사의 노골적인 PPL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백파더는 당당히 광고목적을 알리고, 유쾌하게 PPL을 선보인다.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광고 출연료를 기부하면서까지 착한 광고를 촬영하는 그들의 투명함에 시청자들의 거부감은 희석됐다. 아예 PPL을 하나의 콘텐츠로서 더욱 웃기고 알차게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
백파더의 타예능과의 차별점은 생방송 이외에도 ‘편집판’과 ‘확장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편집판은 90분짜리 생방송을 60분으로 편집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편집판에서는 생방송 전후 상황과 제작진들이 직접 요린이를 찾아가 촬영한 장면들도 추가된다. 편집본이기 때문에 생방송과 달리 예능적인 자막과 편집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재미를 배로 느낀다. 확장판은 아예 다른 차원의 프로그램이다. 백종원과의 미팅장면, 프로그램이 제작된 과정에서 발생한 돌발상황이나 에피소드 같은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다.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한 덕분에 백파더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진정성을 가지고 입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잘 됐으면 좋겠다!(짝) 이미 잘 된 것 같다!(짝)
백파더는 소통하는 요린이들의 수를 줄이고, 타이머 밴드도 활용하며 생방송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생방송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 때문에 시행착오를 통해 수많은 수정과 보안을 거쳐야만 계속해서 백파더가 방송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리스크들을 감수하면서까지 프로그램이 제작된 이유는, 백종원의 말대로 ‘집에서 혼자 밥 한 끼 못 해 먹는 이들을 위해, 누군가는 시도해야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백파더에는 MBC의 새로운 포맷에 도전하는 도전정신과, 소수들을 배려하기 위한 따뜻한 노력이 담겨있다. 제작진들의 도전정신과 백종원의 따뜻한 기획의도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