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는 무한도전 때부터 출연자들의 말을 가벼이 흘려듣지 않았다. 멤버들이 농담 삼아 던진 말, 그냥 장난으로 한 우스갯소리들을 주워 담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예를 들어 재미없는 박명수는 코미디 빅리그 막내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양세형의 말에 바로 정준하와 박명수가 코미디 빅리그에 참가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는 김태호 PD만의 독특한 도전정신을 보여준다. 이번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환불원정대도 이효리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던진 한마디로부터 시작됐다. 싹쓰리 프로젝트 중에 린다 G는 싹쓰리 활동 당시에 센 언니 컨셉으로 원조 센 언니 엄정화, 외국 센 언니 제시, 신흥 센 언니 화사와 함께 그룹을 결성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이를 본 멤버들은 모두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불가능할 것만 같은 어마어마한 조합의 걸그룹이 ‘환불원정대’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환불 원정대가 탄생하기 전부터 성공적으로 데뷔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군더더기 없다. 즉, 낭비되는 부분이 없다. 김태호 PD는 환불원정대가 완성되는 이야기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콘텐츠로 활용한다. 매니저 영입, 노래 제작, 녹음, 안무 연습, 무대 연습. 데뷔 어느 부분 버리는 것이 없다. 이 과정에서 정재형과 김종민은 각자 환불원정대의 충실한(?) 매니저 정재봉과 김지섭으로 변신했다. 더욱 감명 깊었던 것은 방송인이 아닌 평범한 인물들에게도 성공적으로 캐릭터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천옥의 동거남 조지, 심약한 박창훈 PD, 주지훈이 툭 하고 치고 간 것 같은 툭지훈 라도, 노영주 보컬코치 등 평범하게 방송에 담길 수 있었던 사람들도 명확한 캐릭터를 확보하면서 방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김태호 PD의 장점인 캐릭터 부여는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특히 이번 환불완정대에서는 역사상 최다(7명) 부캐가 등장했다.
이처럼 환불원정대가 데뷔하기 위한 한 동작, 한 동작 모두가 콘텐츠이자 하나로 이어진 서사이다. 덕분에 본격적으로 데뷔하기도 전에도 높은 시청률을 보여주며 ‘환불원정대’의 성공을 예고했다. 특히 엄정화의 이야기가 환불원정대의 서사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환불원정대가 결성된다고 했을 때 가장 걱정되는 사람은 엄정화였다. 아무래도 나이도 가장 많고, 다른 멤버들에 비하여 비교적 최근 활동이 저조했기 때문에 환불원정대에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원조 레전드 디바답게 금세 환불원정대에 적응했고, 오랫동안 알아왔던 매니저 정재봉과 김지섭과의 케미가 돋보이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줬다. 그리고 환불원정대의 무대가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엄정화의 말은 환불원정대에 큰 중심이 됐다. 단순히 센 언니들이 모인 걸그룹이 될 뻔한 환불원정대는 엄정화 덕분에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특히 엄정화의 갑상선암 투병 이후 자신감을 회복하고, 재활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전했다. 환불원정대에서 엄정화는 이제 빼놓으려야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엄정화뿐만 아니라 이효리도 나이에 상관없이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뽐내면서 에이지즘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환불원정대는 여러 의미로 시청자들에게 선의의 영향력을 전한다.
환불원정대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긴 여정을 마치고 시청자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중이다. 시청자들도 아쉽지만, 멤버들 또한 아쉽긴 마찬가지다. 본캐로 돌아온 엄정화는 “우리 ‘환불’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거냐”고 물었다. 유재석은 이에 대해 “첫 번째 활동의 마무리라고 생각해달라”고 답했다. 이에 엄정화는 "나 안 늙을게. 나 '환불원정대2' 해야 하니까 안 늙을 거다"면서 웃었다. 이를 본 이효리는 "언니 늙어도 끼워줄게"라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환불원정대 앞에서는 세월이란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못하는 것 같다. 환불원정대의 멤버들 모두 지나간 세월 동안의 노력과 시간을 시청자들과 팬들의 사랑으로 환불받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