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人人人人 짐승 버러지 금수회의록 저질 저렴
아침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다행이다. 예전 같으면 목소리를 크게 하여 고압적으로 소리를 쳤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그랬다가 몸싸움이라도 나면 안 되니까. 예전처럼 힘을 쓰기도 그렇고 기력도 딸린다.
상대방처럼 무식하고 염치를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감정이 상해서 그런지 조금 흥분했다. 감정을 잘 조절한 덕에 별일 없이 그냥 흘러가게 두었다. 그저 마음만 조금 상했을 뿐이다.
잘못을 했으면 그냥 시인하고 바로잡으면 되는데 사람이란 존재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잘못을 얘기하면 대수롭지 않게 상황을 모면하려 든다. 인성이 못됐다. 말 못하는 강아지도 엉뚱한 데 똥, 오줌을 싸서 뭐라하면 꼬리를 내리는데, 사람은 오히려 더 GR한다.
"잘 몰랐어요."
"그럴 수도 있지요."
"뭐,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났잖소?"
뻔히 알면서 그래놓고, 잘못이 드러나면 변명이랍시고 하는 말이다. 참 저렴하다. 그나마 표정에 조금이라도 미안한 맘이 묻어있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부끄러워 할 줄도 모르는 말투에 표정 또한 표독스러우니 마음이 넓는 쪽(?)이 이해했다. 사실 이런 일에는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는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는 아마음으로 비켜서는 게 지혜로운 판단이다. 적반하장 격으로, 방귀 뀐 놈이 성을 내듯이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덤벼드는데, 이성적으로 얘기한들 통할리도 없다. 잘못을 지적받으면 부끄러워 하고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게 인간된 도리이다. 그러나 오히려 상대의 감정을 마구 짓밟는 부류가 많은가 보다. 무도한 성격에 인성마저 저질이다.
조금 성난 가슴을 가라앉히고 운전을 시작하는데, 문득 《금수회의록》이 떠올랐다. 요즘 시국이 어수선해서 그런지 사람들도 점차 광포해지는 느낌이다. 비이성적이면서 반지성적으로 변해거는 걸 바라보면서, 100여 년 전에 나온 책에서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궁금해졌다. 게다가 요즘 강아지의 관점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은 터라, 동물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했다. 누가 콕 짚어준 것도 아닌데 참고할 만한 책이라는 영감이 떠올랐다.
'밀리의 서재'에 《금수회의록》이 대여섯 개가 있다. 그중 그나마 편집이 잘 된 걸 골라 읽었다. 조선이 망하고, 금수와 다를 바 없던 열강들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 아수라보다 못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했다. 나라가 돌아가는 꼴부터 개인들의 삶까지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퍼진 패악悖惡을 잘 정리했다. 한 세기 전의 일인데도 2024년 지금 이 땅에서 겪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기시감旣視感을 느꼈다.
인류가 문자를 개발하여 기록을 남긴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본다. 250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공자, 맹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해 수많은 학자들이 방대한 저작물에서 전하고자 했던 핵심 사상은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금수회의록》을 지은 안국선도 그런 맥락에서 한 마디 하고 싶었나 보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人人人人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