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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Dec 06. 2024

악마惡魔가 깨뜨린 일상과 가족의 안녕

내란 반란 정신병자 비정상 무속 무당 타락한기독교 가짜목사 삯꾼 멧돼지

분노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악마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만도 못한 듯이 언행을 한 인간이 나라와 시민을 나락에 떨어뜨리려 했다. 평소 술에 찌들고,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미치광이라고 여겼다. 민주주의의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임명직 공무원과 '위국헌신군인본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저렴한 몇몇 별이 부화뇌동해서 반란을 일으켰다.


3일 당일 오후 4시경 국회의사당 앞 도로를 지나는 데 평소보다 더 많은 경찰버스가 앞뒤를 붙이고 경비를 하고 있었다. 무슨 시위가 있나 보다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이미 부지런하게 준비하고 있었던 거다. 천하의 불한당 같으니라고!


곧바로 軍에 있는 아들들이 생각났다. 전방에서 병사로 복무하고 있는 아들, 간부로 복무하고 있는 아들들의 안위가 염려되었다. 전화하고 싶기도 했으나,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기에 지켜보기로 했다. 물론 순리대로 잘 풀릴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출동한 부대원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대대장급 지휘관은 80년대에 태어나 교육받은 이들이기 때문에 자의이든 타의이든 '전체주의', '독재정권'에 순치馴致되었던 50~70년대생하고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TV 뉴스에서 707단원들이 무장한 모습, 소총과 권총, 탄창을 보자마자 혈압이 올라갔다. 아니 이럴 수가! 이 미치광이가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건가? 조국을 향한 충성심과 자부심이 가득한 특전부대원을 반란군으로 앞세워 권력을 유지하는 사병私兵으로 부리다니!  하아, 열받아!!!




1989년 6월 특전사로 전입을 명받았다. 특수전사령부에서 공수교육과 특수전교육을 받고, ○공수로 배속됐다.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되어 불법 군사행동으로 무고한 시민을 총칼로 살상한 부대였다. 2년을 특전부대에 있으면서 머릿속에 계속 맴돌던 생각이 하나 있다.  군사독재정권 시대는 아니었으나 일정 부분 전두환 독재의 연장선인 분위기였기에 마음을 짓누른 가정假定이었다.


1980년 5월처럼 출동해서 시민을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대에 전입한 이후 '충정훈련'을 실시하지는 않았다. ○공수 1년, ○공수 1년 동안 한 번도 실시한 적이 없고, 타 대대에서 실시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천만다행으로 복무하는 동안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에 부임한 부대에서 BOQ를 운이 좋았는지 혼자서 사용했다. 책상 책꽂이에 ROTC 선배인 김종대 대위가 지은『軍명예선언』을 꽂아두었다. '장교의 책무'는 배웠지만, 학군단 교육이든, 육군보병학교 OBC 과정 어디에서도 헌법에 근거한 민주주의 군대의 역할에 관해 제대로 알려준 곳은 없었다. 그러니 이런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와이프는 좀처럼 화를 내지도 않고 입에 비속어를 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반란 사태에 'XXX, YYYY, ZZZ' 등 평소에는 듣지도 못했고 볼 수도 없었던 모습을 보였다. 그날은 둘이 꼬빡 밤을 새웠다. 국회의결로 불법 계엄령이 무력화되었지만, 악한惡漢들은 '너무도, 아주' 성실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자식을 군에 둔 엄마이다 보니 걱정과 염려에 요 며칠 동안 2kg이 빠졌다. 가슴이 아렸다. 자식들 생각에 잠도 못 자고, 찢어지는 가슴을 쥐어 잡고 눈물을 흘렸으니 어찌 심신이 온전할 수 있었을까.


나는 사람과 관련한 내용을 공부하는 사람이지만, 인문학적 지식이 깊지도 않고 소양도 밝지 않다. 민주주의 사상에 관해 얕은 지식과 경험으로 체득한 거 외에 학문적, 이론적 배경이 두텁지 않다. 하지만 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지 구별하는 사리분별력은 있다.


란수괴 2년 전에 국민투표로 뽑힌 선출직이었지만, 국군통수권자라고 인정한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으로 1초 동안이라인식한 사실이 없다. 무례, 무식, 무지, 무도한 존재라고 생각했기에, 나 자신의 자기만족을 위한 최소한의 소극적인 저항이다. 공민公民이라는 의식도 없고, 공정公正의 의미가 일반 시민의 의식과는 180도 다른 세상에서 사는 인간을 어떻게 국가와 국민을 대표한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



 

결국 사달이 났다. 바둑으로 치면 악수惡手다. 그것도 합리적인 사고 능력이 없는, 도박판에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올인하는 미친 짓이었다. 야구에서야 7대8의 점수에 9회 말 2아웃, 주자 만루에 2스트라이크, 3볼에서 역전 홈런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 물론 확률이 미미할 뿐이다. 이를 바라고 벌인 짓인가? 시민과 군인들의 목숨을 담보로 벌인 무모한 망동妄動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자기 하나 살겠다고 무고한 시민과 군인을 희생시키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사람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결정이란 말인가?  


깊은 고뇌苦惱의 산물이 아니었다. 뇌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마치 멧돼지가 미친 듯이 날뛴 것이다. 이태원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시민과 군인의 피를 제물로 삼아 굿판을 벌이려고 한 짓은 아닐까? 미친 짓이다. 21세기에 가당치 않은 일이다. 


고3 여름 때 운동장 철봉 기둥에 계속 달려들면서 제 머리를 몇 번이고 부딪히던 미친개의 모습이 떠오른다. 날이 더워서 그랬는가, 아니면 머리가 가려워서 그랬는가, 아니면 누가 마시다 남긴 막걸리나 소주를 마시고 멋모르고 그랬는가...  이 미친개와 멧돼지를 합한 기괴한 반구반저反狗反猪의 모습이 한밤중에 TV화면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중얼거리는 미치광이의 얼굴이 오버래핑되는 이유는 왜일까?




어느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소대장으로 복무 중인 아들에게 전화로 당부하는 내용이다. 마음을 겨우 가다듬으면서 울먹이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군대에 자녀를 보낸 50만 명의 어머지, 50만 명의 아버지의 마음이었을 거다. 무장을 하고 현장에 투입된 특전대원 가족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청춘을 바치는 내 자식들이 이토록 비열하고 저급한 인간들로부터 부당한 폭력 수단으로 취급받는 데 분노한다. 청년 장교들의 숭고한 충성심을 오염시키지 말라! 열악한 내외 환경을 감내하는 남편이자 아버지, 누구의 아들인 부사관들을 자괴감으로 무너뜨리지 말라! 국토방위를 위해 1년 6개월의 청년 시절을 국가에 맡긴 젊은이를 역사의 죄인으로 만들지 말라!




극단적이고 비상식적인 이념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은 자들을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들을 방치하면 내 가족의 안녕과 일상이 파괴된다. 4일째 내 일상이 깨지고 있다.


자식들을 건드리는 건 참을 수 없다.


이제 여의도로, 광화문으로 향할 시간이다.


지금 이 시각 라이브로 특수전사령관의 양심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충성심과 명예심으로 軍밖에 모르는 유능한 군인이 한순간에 판단을 잘못하여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정치군인으로 매도되는 것은 본인의 업보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정의의 길을 따랐다면 부끄럽고 수치를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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