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간 문화협력을 위한
[부산문화컨퍼런스Ⅱ 토론문] (부산문화재단 주최, 2023.10.13.)
1. 문화를 통한 도시 간 교류 ... 글로벌 문화도시가 되고 싶은 욕망 ?
...궁극적으로는 저런 정치, 경제적 효과를 염두에 두더라도, 우선 도시가 세계 무대에서 문화를 통한 교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글로벌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가 아닐까요?
2. “글로벌하다”는 것의 의미 .., 따라야 할 “기준” vs 공유하고 싶은 “가치” ?
- 그렇다면, “글로벌하다”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일단 지구촌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야 글로벌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고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최악의 도시로서 널리 알려지는 것을 글로벌하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저는 “글로벌하다”는 것은 어떤 존재가 자신 이외의 개별자들이 그것을 따라하게 만드는, 그래서 결국 비슷해지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 전 지구적 규모의 시장에서 장사해서 먹고살기 위해서는 세계화된 공통기준(global standard)을 “따라야만” 합니다. WTO, FTA 등 한 국가의 주권 범위를 넘어서는 그 글로벌 기준 때문에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적 측면에서도 국가들 간의 의존성과 제도적 유사성이 높아집니다. 이와 같이 거부할 수 없는 위력에 의한 변화는 Dimaggio와 Powell(1983)의 동형화 모델 중에서 “위압적 동형화(coercive isomorphism)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반면, 동시대를 사는 많은 지구촌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고 추구하려는 가치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글로벌한” 상태입니다. 이 또한 상대를 나와 비슷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Dimaggio와 Powell(1983)는 전문가 집단 사이에 공유된 규범을 향해 비슷해지는 현상을 “규범적 동형화(normative isomorphism)”라고 불렀습니다. 이 처럼 동시대에 맞는 문화적 가치를 적절히 제시해서 다른 도시들이 “규범적 동형화”로서 비슷하게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야 글로벌 문화도시에 걸 맞는 문화적 힘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산은 지난 유네스코 포럼을 통해 “문화를 통한 평화”를 동시대 공유 가치로 표방한 바 있습니다. 함께 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글로벌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3. 오래되고 부질없는 논란 ... L과 G를 이분법적으로 보던 관점
...L을 G와 대척점에만 놓는 해석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습니다.
- 특히 코로나 시기에 두드러졌던 로컬의 부상도 글로벌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로컬이 무한 확장된 “하이퍼-로컬리티(hyper-locality)” 현상과 함께 봐야 제대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 로컬에 대한 찬사를 되받아서 그 동안 모르고 지냈던 자신들의 로컬의 가치를 재인식한 측면이 큽니다. 이렇게 L은 G와 공진, 공생합니다.
4. 클로벌(C-lobal)한 것이 대세인 시대 ... 한류의 흥행부터 챗-GPT의 혁신까지
- 지금은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cultural) 것, 매우 일상적인(close = local + intimate) 것들이 글로벌한 인기를 얻는 현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이 제공하는 글로벌 서비스도 수용자 개인과 지역의 맥락에 맞아야(contextual) 인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개별화 되는 현상도 확인됩니다. 이처럼 로컬하면서도 글로벌하고, 글로벌하면서도 로컬한, 즉 ‘클로벌(C-lobal)’한 것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 C-lobal = {close, cultural, contextual} × {global}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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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클로벌라이제이션(C-lobalization) 플랫폼 ... 숫자와 그 이상의 것이 공유되고, 사례로 원리를 수정하는
- 이런 사회현상을 문화를 통한 도시 간 교류에 적용해보면, 도시들의 클로벌라이제이션을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 소중해 보입니다. 글로벌 문화도시가 되고 싶은 개별 도시들의 “L”(locality)를 적절히 모두 부각시키고 살려주면서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G”(globality)를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플랫폼 말입니다.
- 물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글로벌 문화도시가 되기 위한 글로벌 플랫폼은 인터넷 SNS 서비스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잘 활용해서 관광객이 애정을 가지고 찾는 c-lobal한 문화정보 플랫폼으로 만들지는 문화도시 홍보마케팅 담당자들이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 그런데 문화정책 전문가들이 서로 고민하는 이슈와 중시하는 가치를 소통하고, 각 도시의 정책적 맥락을 담아서 데이터를 소통할 수 있는 정책플랫폼은 참 귀합니다. 저는 그 대표적인 플랫폼이 바로 “세계도시문화포럼(World Cities Culture Forum : WCCF)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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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정책 플랫폼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은 해외의 “다른 나라 도시 사례(other city’s case)”를 각자의 맥락에 따라 “동시대 문화정책의 가치(global value)” 구현의 사례로서 공유하되, 그것이 누구나 따라야만 할 것 같은 “글로벌 정책 트렌드(global trend)”, 또는 더 나아가서 “하나의 공통 가치(universal value)”로 강요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것이 바로 “문화의 다양성” 뿐만 아니라 “문화정책의 다양성(diversity of cultural policy)”을 유지할 수 있는 “클로벌(c-lobal)한 정책 태도”인 것입니다. 그것은 글로벌한, 또는 중앙정부의 정책원리를 지역의 사례에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사례를 반영하여 오히려 중앙의, 글로벌한 정책 흐름 또는 원리를 바꾸어 놓는 접근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사례의 의미와 가치를 중앙의 인식 프레임이 아니고 다양한 가치 프레임으로 읽어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6. 한광연의 사례 ... 동시대 문화정책 이슈 공동연구를 통한 규범적 동형화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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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중앙정부의 시책을 잘 집행해내고 있는 지역의 사례를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의 우수하고 독창적인 사례를 충분히 “조명”함으로써 이를 반영하여 중앙정부의 정책기조를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에 맞는, 사례로 원리를 바꾸는, “클로벌(c-lobal)”한 정책태도입니다. 이것이 바로 교류를 통해 도시들의 문화정책이 공진화하는 방식입니다.
- 이처럼 한광연과 그 정책연구소는 한국의 17개 광역시도들 간의 문화정책 소통과 협력, 그리고 이를 통한 공진화를 지원하는 “클로벌라이제이션 플랫폼”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