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서울 이슈페이퍼 2023.10월호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이슈페이퍼 2023.10월호
2023.8~10월 두 달 동안 문화정책 연구와 해외정책 동향으로 소개했던 기사들 중에서 몇 건을 뽑아서 “기술과 문화예술 _ 적절한 관계 설정하기”로 요약해봤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발간한 “미국의회조사국, 생성 AI와 저작권법에 관한 보고서 발표”(이철남, 2023.8.31.) 분석보고서와 세계경제포럼에서 발간한 “AI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저해하는 6가지 방식”(WEF, 2023.8.2.), 법제처에서 발간한 ”세계 각국의 AI 규제 관련 입법동향“(법제동향, 2023.8.16.),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웹진 기사 ”기술과 예술의 진정한 조우를 위한 ‘예술과 기술 융합창작지원 사업’ 현황 분석“(한하경, 2023.5월)를 심층 리뷰했습니다. 최근 말 그대로 미친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우려, 적절한 규제 방안, 그리고 예술가들이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글들이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우리 생활 곳곳에서 보이지 않게 작동하며 문명을 지탱하는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간 생활의 모든 순간순간 만들어지는 빅 데이터들을 인간이 차마 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계산하여 보다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사용자의 감정정보까지 계산해서 취향저격 추천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합니다. 생성형 AI의 창작 능력은 인간으로만 한정되어 있는 저작권자의 지위를 넘보며 인간 창작자들의 존재 기반을 흔들고 있습니다.
국가 입장에서는 문화산업의 발전과 시민들의 문화생활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실익을 무시하고 창작자 권리보호에만 치중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미 2019년에 일명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 Tax’로 불리는 “디지털 서비스세(taxe sur les services numériques)”를 법제화한 프랑스의 사례(오태현, 2019)는 인간의 문화공동체가 건강하게 지속되기 위해 어떤 규칙 도입이 필요할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뿐만 아니라 올해 6월에 세계 최초로 입안된 EU의 “인공지능법(EU AI Act)”에는 ”감정 인식 AI 금지”, ”소셜미디어의 추천 알고리듬에 대한 신규 규제“가 주요 골자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의미를 기술관점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상품의 거래에 문화적 상징과 감정까지 결합하여 인간을 묶어두는 ”감정경제의 플랫폼“ 만들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금 애타게 찾고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앞으로 문화기술 발전의 방향과 자본의 의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첨단 기술과 접합한 문화자본주의의 “감정경제학”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 삶의 모든 데이터를 활용하는 행동인터넷(IOB), 빅데이터를 분석한 취향저격 추천 알고리듬, 블록체인기술로 법정화폐를 대신하는 가상화폐, 그리고 생성형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문화에 잘 적용하면 분명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인간 문화공동체가 지속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게 하려면 주로 거대 기업들이 독점하게 될 그것들의 작동 매커니즘의 이해에 기반 한 적절한 견제도 필요합니다. ”Cultural Economy“를 문화로 효율적으로 돈 버는 ”문화 경제(經濟)“로만 해석하지 말고, 문화로 다 잘살게 하는 ”문화 경세제민(經世濟民)“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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