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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ry Dec 23. 2021

신선한 형식과 부조화를 이루는 이야기

웹뮤지컬 <낡은 트럼펫>

       사진: 낡은 트럼펫 네이버 블로그 https://m.blog.naver.com/kasuju7390/2222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뮤지컬 시장은 그전에는 경험할 수 없던 난관을 헤쳐 나가고 있다. 관객들의 호응이 금지된 현재의 상황이 집단적인 오락성을 만들어냈던 뮤지컬의 장점을 무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뮤지컬계는 집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공연에 대한 수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유료 온라인 뮤지컬 공연부터 비대면 화상 회의 프로그램인 ‘Zoom’을 이용한 비대면 공연까지 관객과 교감할 수 없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웹뮤지컬 <낡은 트럼펫> 또한 약 20분 남짓한 온라인 뮤지컬 작품으로, 비대면 상황에서도 관객들과 만나려는 시도를 담은 작품이다. 

 <낡은 트럼펫>은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주소비자인 ‘숏폼’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어디서든 기기만 있다면 찾아볼 수 있는 이 공연은 극장을 찾지 않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숏폼 뮤지컬은 진입이 어려운 기존 뮤지컬 공연의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연령층에게 다가가기 위한 뮤지컬계의 노력을 담고 있는 듯하다. 

 작품은 뮤지컬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랩과 재즈 음악의 조화라는 독특한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 이로써 예술을 통한 융화, 특히 재즈와 힙합이라는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장르의 융화를 시도한다. 이와 더불어 개인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융화라는 메시지 또한 담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예술을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젊은 남자와 한때 트럼펫 연주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사고로 추락하게 된 중년 남성 조합이 중심으로 드러나는 서사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 <낡은 트럼펫>은 이러한 구성을 통해 세대 간, 예술 장르 간의 거리를 좁혀나가려 시도한다. 이는 기존 뮤지컬의 장벽을 허물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려는 웹뮤지컬의 시도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아직 도입되고 발전하는 단계에 있는 만큼 음악과 안무를 삽입한 기존 영화들과의 차별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또한 숏폼이라는 형식을 활용하고 있다 보니 기존의 뮤지컬만큼 서사가 중심 잡혀 있다는 생각도 쉽게 들지 않는다. 더불어 숏폼 웹뮤지컬이라는 신선한 형식과 시도에 비해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남성 인물 둘의 조합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덧붙여 이뤄지지 않은 꿈으로 인해 좌절하는 그들의 과거가 지나치게 평면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웹뮤지컬이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웹드라마, 웹툰 등의 콘텐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 숏폼 콘텐츠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접목시켜야 할 것이다. 노래와 무용을 통한 오락적인 요소와 최신의 영상 기술을 활용한 시각적 즐거움, 짧은 시간 내에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서사 등 웹뮤지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요소들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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