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회사에서 UI UX 디자인을 합니다.
저는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가 UI UX 디자이너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정직하게 딱 일한 만큼 벌었어요. 남들 일하는 날 쉴 수 있지만 돈은 들어오지 않아요. 달력의 빨간 날이 썩 반갑지 않기도 했는데요. 남들(직장인)은 돈 받고 노는데 저는 들어오는 돈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그런 날이었으니까요. 직장인 신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프리랜서로 일하던 일습관이 남아있어요. 9시간 근무에서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8시간인데, 8시간을 가득 채우고 퇴근합니다. 비대면 근무이니 티 내지 않는 이상 누가 알아주지 않음에도, 그럼 어때요? 제가 알고 있잖아요. 일을 척척 해내는 내 모습, 멋지잖아요?
연말이 다가오니 올해의 제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가지고 있어요. 주어진 일은 물론이거니와 구석구석 회사에서 필요한 일들을 찾아 해내는 것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닐 수도 있겠더라고요. 오늘 어떤 업무를 하는지? 그곳의 날씨는 어떠한지? 별 일은 없는지? 팀원에 대한 관심&캐주얼한 소통이 오히려 업무에 윤활제 역할을 해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혼자만의 속도로 일을 알잘딱깔센 하게 끝내놓고 다들 따라오고 있지? 하고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더라니까요. 하하하.
업무와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는 만큼 업무시간을 빼앗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팀원 간 라포가 형성되면 업무유연도를 높여줄 수 있어요. 일단 대화를 통해 이사람이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알게 되고요. 이 사람이 어떤 제안을 했을 때 집중하게되고 마음이 먼저 닿죠. 물론 이런 회사의 분위기는 천차만별일 겁니다. 아마 저희 회사는 다국적 팀원이 비대면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건강한 라포 형성이 되려면 더 많은 시간을 소통에 할애해야 하는 걸지도 몰라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무리 안에서 내 방식이 아무리 진취적이고 효율적이더라도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나누고 싶어요. 우리는 조직 안에서 함께 일하고 있으니까요.
남 일에 1도 관심 없이 살아가는 사람(바로 저... 하하)에게 팀원을 향한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는 사실 어렵기만 한데요. 바로 어제도 한 팀원이 아내가 딸을 낳았다고 팀 챗에 알렸는데, 그저 Congrats! 한마디뿐이 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마치 로봇 같더라고요.
입력값 '출산=축하할 일'
결괏값 '축하해!'
아이는 엄마랑 아빠 중 누굴 더 닮았는지? 아이의 이름은 어떻게 지었는지? 학구열이 높은 아빠가 될 건지?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지? 기필코 따뜻한 대화의 물꼬를 틀어보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