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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핀 Dec 22. 2021

IDeal. 다섯 번째 이상

ID: 마듀

현대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한 것들에 대해 지적하고 비판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마듀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쉽게 놓칠 수 있었던 사회 흐름에서의 문제들을 짚어나갈 수 있었는데요. 함께 감상해보실까요?



Q1. 당신은 이상적인 사람인가요? 그렇다면, 본인이 가진 이상적인 관점이나 가치관을 설명해주세요.

- 저는 제가 남들과 비교했을 때 사전적인 정의에서 ‘이상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상적인지 현실적인지를 따진다면, 현실적인 편에 훨씬 가까울 정도로 현실 직시가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상적인 사람이고 싶고 그것을 동경하는 이유는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이나 세상이 있고,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을 ‘이상’이 아닌 ‘현실’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편인 것 같아요. 저는 꿈꾸는 것에만 머무른다면 그건 이상이 아니라 공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만일 이런 측면에서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그런 편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상은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설정할 때 본인 기준의 ‘이상’이 존재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고, 이걸 실현하는 게 저의 목표인듯해요.

저의 모든 이상은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바람직한 세상이 될까?'와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에 관심이 많았고 주변을 잘 챙기는 부모님을 보면서 큰 환경적 영향도 있어요. 아무튼 저의 모든 관심의 출발은 ‘사람’이었고 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 그리고 제가 모르는 사람들의 행복까지 늘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상처 받지 않고 다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이상적인 관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런 이상을 실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분야별로 다 다를 것이라고 느껴요. 대신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국가 같은 집단 측면에서의 노력이 있고, 시민이 잘 따라오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늘 그런 역할이 국가와 같은 집단이 해내야 한다고 믿었고, 그래서 제 전공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해요. 지금 정치외교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권력 구조를 이해하면 제가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튼 이 이야기의 결론은 제 이상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에 일조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


Q2. 이러한 가치관이 당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  가치관이 정체성에 영향을 주었다기보다는 반대로 정체성이 저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는  같기도 해요. 가치관은 삶을 살다 보면서 점점 형성해 나가는 거니까요. 물론 정체성도 마찬가지지만  뭔가 스스로의 정체성은 확실히 파악하고 있는데 가치관은 아직도 미완성된 느낌을 받아요.  정체성은 남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남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생각해봤을  제가 가진 자질이나 특성들이 가치관을 형성하는  도움을   같아요. 학교를 다닐 때도 친구들이  의견을  따라오는 걸 보고, 리더십이  정체성이라 느낄 때가 많았어요. 그리고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고, 감정을 숨기는 것에 능숙한 점이 제가 이성적인 사람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제가 보여주는 모습과 남들이 보는 측면이 동일하다고 느껴. 더불어 어머니가 평소 제가 특별하다고 많이 말해준 부분도 정체성에 영향을   같아요. 사실 정체성이라는 게, 남의 인정이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잖아요. 가족들이 이야기를 주고, 그것이 객관화되어서 저한테 더욱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런 정체성을 기반으로 저만의 가치관을 형성해나가는 중이에요.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를 객관화해서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꾸는 것에 일조할  있을만한 사람이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나은 세상 만들기 가치관으로 확립된 것 같아요.


Q3. 당신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었던 인문학, 혹은 철학이 있을까요?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 영화 등등, 나아가서 자신이 가진 삶의 철학을 공유해주셔도 좋습니다.)

-  처음에 제가 마이클 샌델의 책을 읽었을 때가 기억나요. 저에겐 진짜 충격적이었거든요. 'What money can’t buy'라는 책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서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태도를 비판하능력주의 또한 비판했는데, 당시 중학생이었던 제게는 진짜 롭게 다가온 책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정치외교학과를 가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책의 저자가 하버드 치외교학과 교수라는 소리를 듣고 나서 더욱 이런 것을 가르쳐주는 곳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배운 롤스의 철학을 처음 배웠을 때도 배우는 내내 심장이 뛸 정도로 좋았어요. 그의 생각이 진짜 천재라고 느껴졌고, 제게 기회의 불평등이라는 개념을 알려준 학자입니다. 근데 여러분, 롤스도 하버드 치외교학과 교수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저는 샌델과 롤스에게 큰 감명을 받고 나니 제가 정말 정치외교학과에 맞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웃음) 어쨌든 두 학자를 통해 제가 이뤄낸 것들이 온전히 제 노력으로만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 능력주의나 공정한 기회가 또 다른 불평등을 양산하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차등의 원칙은 사라지고 기회균등만 남아 중산층은 계속 불안한 상태로 남아있는 현실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런 것들이 제 인생에서 중요한 것으로 자리 잡아 있는 상태입니다.

덧붙이자면, 정치외교학과에서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해서 배워요. 이때 본질적으로 현실주의의 시각이 더 편하지만, 희망을 봐야 개선점이 보이니까 오히려 자유주의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자유주의는 약간 비통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본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 같기도 했어요. 제가 추구하고 싶은 방향이기도 하고요.


Q4. 혹시 자신이 지닌 이상적 가치관으로부터 비롯된 행동을 한 적 있나요? 있었다면 어땠는지, 없었다면 왜 행동을 하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세요.

- 네, 있어요! 저는 롤스의 기회의 불평등이라는 개념이 인상 깊어서, 학벌주의에서 벗어나고자 행동을 많이 했어요. 학력이 자랑스러워도 주변 사람에게 자랑을 하는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편이에요. 정말 내가 이루어낸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설령 이루었다고 해도 그게 자랑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계속 제기해요. 어쨌든 제가 잘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간 것이라 단정 짓지 않으려고 매우 노력합니다.

그리고 일종의 중도 찾기 운동을 하는데요. (웃음) 저는 양 극단의 사람들을 알아야 중도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진보적 입장을 알게 되면, 보수적 입장도 알 필요가 있는 것이죠. 남이 생각한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반대 측 논거도 알아보고 이해하려고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제 자신의 입장도 찾고자 해요. 


Q5. ‘이상적인 사람’이라서 겪는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다면요?

- 사실 모든 사람이 겪는 고민과 어려움이겠지만, 제 생각에 남들이 동조하지 않을 때 가장 답답한 것 같아요. ‘왜 불평등이 해소되어야 해? 불평등은 파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거야.’라는 반응이요. 내 생각이고 이상이라 느끼는 걸 피력하는 것 자체의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모든 사람은 공감을 얻지 못할 때 힘들겠지만 ‘이상적인 사람’이라서 더 힘든 이유는 아마 자기조차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이고, 특히 남들이 나에게 동조하도록 만들려면 생각 자체를 바꾸도록 해야 하는 데 그 방식을 찾기 어려워서 더 막막하기 때문 아닐까요.


Q6. 그렇다면 본인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 우선 지금은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한 명씩 설득시키는 건 어려우나, 내가 잘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면 영향을 자연스레 주게 되는 것 같아요. 관심 분야가 다들 달라도 관심을 가지게끔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제 분야의 전문성을 쌓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이즈 마케팅처럼 주목을 끌고 아이디어를 내거나, 아니면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가는 것이 방안이 되지 않을까요.


Q7. 구체적인 질문을 드려볼게요. 저는 이상적인 사람들이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주변에서 ‘공감하기 어렵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는 반응을 보이게 되면, 자연스레 나의 가치관이나 행동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만약 당신의 이상적 행동을 어필하고 싶거나, 혹은 당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설득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추가적으로 위에 설명한 내용과 같은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으면 설명해주셔도 좋습니다.)

- 주변에 가치관을 피력했을 때 멋지다고 해주거나 긍정적 반응이 있는 경우, 계속 제 가치관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다만, 친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집단에 가서 쉽게 말을 할 수 없는 걸 보면 제가 자연스레 위축되어있는 상태라고 느껴져요. 누군가의 말에는 존중이라도 필요한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으로 돌아오는 상황에 의도치 않게 직면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피력하지 않게 되는 경향이 생긴 것 같아요. 결국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모르고, 공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인식 자체가 이미 위축되어있는 제 상태를 보여주는 듯해요. 


Q8. 마지막으로 이상적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그리고 반대로 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인터뷰를 끝내며 덧붙이고 싶은 말 등을 자유롭게 표현해주세요.

- 이상적인 생각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실적인(보수적인) 사람이라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안정성을 추구하고, 변화가 많은걸 좋아하지는 않으니까요. 이상적인 생각들이라도 없으면 모든 게 현실안주형으로 가만히 있게 될 것 같아요. 이상적인 생각들이 일종의 각성제 역할이 되지 않을까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원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무언가에 몰두하고 이상적인 생각을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멋있다고 느껴요. 이러한 것들을 발전시켜서 언젠가는 그 생각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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