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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자 이형식 May 17. 2024

문서대화의 심화 작법(2)

프레이밍하라


기획서를 대화형식으로 쓴다는 것

결국, 프레이밍(Framing)이다.


성공적인 문서대화를 설계한다는 건, 상대가 설정한 프레임을 내가 주도하는 프레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더 적확하게는 리프레이밍(Re-Fram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장에서 오차장과 장그래가 요르단 중고차 사업 승인을 설득시킬 수 있었던 건 ‘나쁜 사업‘의 프레임을 ‘이득이 큰 사업’의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질문은 프레임이다. 상대의 질문에 충실하게 답변하면 상대가 주도하는 프레임으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최선의 방식은 아니다. 물론 상대의 질문에 동문서답으로 답변하는 경우도 많으니 최악도 아니다.


질문에 맞지않게 답한다 - 하수
질문에 충실하게 답한다 - 중수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다 - 고수


최선은 상대의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것이다. 프레임을 프레임으로 받는 격이다. 난이도가 높긴 하지만 이 고급작법을 익히면 기획서의 임팩트가 달라진다.


사실 장그래 사례도 “동료 팔아 비리사업을 하겠다고? 니들이 그러고도 상사맨이냐?” 라는 임원들 질문에,

“그럼 이 좋은 사업을 경쟁사에 줄까요? 그게 상사맨입니까?” 라는 리프레이밍의 역질문으로 들이받은 셈이다.


기획서는 상대와의 프레임 주도권 싸움이다. 상대가 설정한 프레임으로 들어가면 필패다. 내가 주도하는 프레임으로 상대를 이끌고 들어와야 이긴다.






1. 리프레이밍의 초고수는 예수다.

바리새인의 사악한 질문에 대한 예수의 답변이다.

문 : “지자스여! 간음한 이 여인을 어찌하오리까?”
답 : “너희중에 죄없는 자, 먼저 돌로 쳐라!”
예수의 리프레이밍


2. 정치는 프레임 전쟁터다.

국회의원의 질타에 대한 국무총리의 답변이다.

문 : “전략적 왕따가 이 정부의 안보 전략인가요?”
답 : “저는 의원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국무총리의 리프레이밍


3. 연예인은 무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외국MC의 질문에 대한 이정재 배우의 답변이다.

문 : “당신에겐 첫번째 외국 드라마인데다가 외국어 연기라 부담될 것 같은데 어때요?“
답 : “다른 작품이었으면 거절했겠죠. 그런데…스타워즈 쟎아요. 스타워즈를 어떻게 거절해요?”

 

이정재의 리프레이밍


위 대화의 공통점질문자바보(?)가 된 것이다. 답변자의 완승! 이 후의 결과는 답변자의 의도대로 쉽게 흘러간다. 답변자가 프레임을 멋지게 전환했다. 상대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내가 설정한 프레임으로 상대를 끌고 들어왔다. 프레임을 바꾸는 대화는 통쾌하다. 속이 후련하다. 왜일까? 바꾼 프레임 안에 그 기획자만의 관점인사이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사이트를 좋아한다. 하나마나한 이야기는 싫어한다. 자신만의 관점과 인사이트가 없는 문서는 경멸한다. 아무리 예쁘게 꾸며진 문서라도 작성자의 프레임 없이 상대의 프레임 안에 갇혀 만들어진 문서는 예쁜 쓰레기일 뿐이다. 문서를 보는 상대방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거 뭐야? 죄다 내가 했던 얘기들 뿐이쟎아?“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기획서 작성’ 하면 떠올리는 것은 프레이밍이 아닌, 프레임워크(Framwork)다.

문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각종 매뉴얼, 프레임워크에 의거해 내용을 정리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프레임워크로 쓰는 문서는 작성자의 관점과 인사이트가 드러나기가 어렵다. 남이 만든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프레임워크는 도구다. 프레이밍은 기획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프레임워크보다 프레이밍 설정에 훨씬 더 많이 투여하고 할애해야 한다.


프레임워크로 작성했던 그동안의 문서들은 잊자.

프레이밍으로 기획하면 문서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01_프레이밍은 구도를 바꾼다

구도는 전체 판을 설계하는 작업이다. 어떤 면에서는 문서의 내용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프레임 설계의 최전선인 정치판의 선거 승리 3요소가 ’구도ㆍ이슈ㆍ인물‘ 이다. ‘구도‘가 1순위인 이유가 있다.


02_프레이밍은 배열을 바꾼다

‘커피 우유’와 ‘우유 커피’는 다르다. 정보를 어떤 순서로 배열하느냐에 따라 의미도 달라진다. 전략적으로 설정한 문서 전체의 구도에 맞는 정보의 재배열이 필요하다


03 프레이밍은 도입부를 바꾼다

초두효과라 부른다. 문서는 도입부가 가장 중요하다.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덫을 놓는 듯한 일종의 사전 프레이밍(Pre-Framing) 작업이다.


04 프레이밍은 제목을 바꾼다

타이틀은 첫 정보다. 타이틀부터 선빵을 날려야 한다. 문서 보는 사람은 시간이 없다. 타이틀은 내 프레임의 전략적 의도를 센스있게 요약한 ‘헤드 프레임’이다.


05 프레이밍은 메시지를 바꾼다

문서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메시지란 상대방을 위한 프레이밍된 정보다. 당신은 상대가 당신의 말을 보다 가치있게 인식할 수 있는 프레임된 언어를 전해야 한다.


06 프레이밍은 용어를 바꾼다

‘산업 재해법’과 ‘기업 살인법’은 다르게 느껴진다. 나만의 프레임과 관점이 생기면 용어 자체도 달라진다. 문서 전체의 프레이밍 전략에 맞게 용어 하나하나도 더 임팩트있게 바뀌게 된다.






프레이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람을 설득시키는 본질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다.

태생적으로 프레이밍은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한 기획이자 작전, 전략 행위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프레이밍에서 누락되어선 안되는 것이 ‘진정성’이다.


프레임 전환에 감정(심지어 유머까지)을 결합해 예술로 승화시키는 기획자가 있다. 봉준호 감독이다.

2020년 오스카 감독상 수상을 한 봉감독은 본인에게 향하는 찬사의 프레임을 거장 감독 마틴 스콜세지를 향한 경의의 프레임으로 전환하며 3,000여명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던 수상소감은 결코 계산적이거나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카데미 사상 가장 세련된 프레임 전환


봉감독이 영화를 공부했던 학생시절 부터 가슴에 새겼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스콜세지의 명언을 인용하며 감사와 경의를 표한 그의 말은 진심이 전해지기 충분했다. 아버지 곁에 있던 스콜세지 감독의 딸은 시상식 후 이렇게 화답했다. “오스카상보다 좋다.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진정성이 결여된 프레이밍 행위는 인위적인 틀, 눈에 빤히 보이는 천박한 노림수일 뿐이다. 문서를 보는 상대방은 귀신같이 알 수 있다. 머리만 굴려 짠 프레임의 문서인지. 진심으로 설계한 프레임의 문서인지.


프레이밍의 화룡점정은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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