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놓듯 글을 쓰는 여자
마침내, 언젠가, 아무튼, 하필, 기어이, 함부로, 무심코, 문득, 비록, 하염없이...
여러 부사를 열거해 보았다. 부사가 없는 삶이 있을까? 소위 작가는 우리 삶에 숨어 있는 부사들을 글로 풀어내어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나 또한 부사 하나에 꽂혀서 몇 날 며칠을 가슴앓이 했던 시간이 있었다. 소위 작가는 여러 부사들을 초대하여 글을 지으면서 운명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브런치 스토리에 연재되었던 이 글을 난 숨죽이며 읽곤 했었다. 소위 작가처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했다. 이 글이 그런 나에게 나만이 느낄 수 있는 해답을 안겨 주었다. 나 스스로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라는 문장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삶이 힘겨워 삶은 살아지는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가는 길에서 탄생한 이 책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큰 위로를 받았듯이.
이 책에는 50개가 넘는 부사가 나온다. 첫 부사로 나온 '대체로'를 반복해서 많이 읽었다. 이 첫 이야기를 당신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
<대체로, 나의 결혼은 행복하다>
대체로 ● 요점만 말해서
● 전체로 보아서, 또는 일반적으로
나를 만나기 위해 밤이고 낮이고 달려오던 남자는 이제 집을 가면 쉽게 만날 수 있고, 언제나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향해 숨 가쁘게 뛰어오지 않는다.
(중략)
그가 우울증으로 고통스러워할 때, 나는 동정심, 의리, 사랑 그중 하나이거나 아니면 그 모든 것인 마음으로 그의 곁을 지켰다. 허물어져가는 일상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내 안에 감금되어 있던 불안이란 사냥개가 목줄을 끊고 뛰쳐나와 거칠게 짖고 날뛰며 삶을 짓밟으려고 했다. 하지만 끝까지 그것과 싸웠다
(중략)
그렇게 우리는 오랜 시간 부부라는 형태로 함께 살고 있다. 그것에 굳이 사랑이란 이름을 붙여도, 붙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여전히 그에게 들러붙어 있고 싶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가 기댈 만큼 강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믿을 만한 사람이냐 아니냐도 중요하지 않다. 이미 내가 그를 믿고 그에게 기대게 되었을 뿐이다.
대체로, 나의 결혼은 행복하다.
사랑은 안녕하지 않더라도
내 삶에서 우울증은 나를 무척이나 괴롭혔다. 지금은 치유가 되었지만, 소위 작가의 이 글을 읽으니 남편의 마음이 느껴져 목이 메었다. 서로를 보듬으며 부부로 사는 사람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를 쓰는 나는, 소위 작가의 글에서 시어를 많이 발견했다. 문장이 너무나 아름다워 마치 수를 놓는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이 아름다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되도록 진솔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