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for Oct 24. 2019

씩씩거리지 말고, 씩씩하게

요즘 들어 내 마음에 콕 박힌 단어가 하나 있다.


‘씩씩’


화낼 때 씩씩거리는 거 말고,

‘씩씩하다’ 할 때 그 ‘씩씩’.


막상 글로 써보니, 참 모양부터 씩씩하다.


어떤 어려움에도 돌아가긴 커녕, 한번 덤벼보라 외치며 머리를 들이밀 것처럼 생겼다.


때로는 불의 앞에서 씩씩거리며 화를 내기도 하겠지. 그래서 같은 모양의 단어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당찬 모습이 ‘씩씩함’의 매력이겠지.


그러나 ‘씩씩함’의 진짜 매력은’ ‘씩씩함’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어린아이가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나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부모는 당연히 놀라 아이에게로 달려간다. 그리고 한 부모는 이렇게 말한다.


“어떡해, 피 나는 것 좀 봐!”


그리곤 이내 속상한 마음이 화가 되어 아이를 타이른다.


“그러게 엄마가 뛰어다니지 말랬지!!”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여기, 같은 상황에 또 다른 부모가 있다.


이 부모 역시 넘어진 아이를 보고 놀랐지만, 그 마음을 애써 감추며 아이에게로 간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아이고 많이 아프겠네.

 근데 괜찮아. 약바르면 곧 괜찮아질거야”


아이는 이내 나오려던 울음을 삼키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일어나 다시 복도를 뛰어다닌다.



무릎에서 피가 나는 일은 아이에게 ‘큰’ 일이다. 얼마 안되는 인생에서 겪는 아주 아픈 고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일이다.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고,

상처에는 약을 바르면 된다.


그 아이는 씩씩함을 배우게 된다. 인생의 더 ‘큰’ 일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다. 아픈 고통일지언정 다시 일어나고, 약을 바른다. 그리고 또 사방팔방 뛰어다니겠지.



요즘은 씩씩함을 찾아보기가 참 어렵다.

누구든 실패를 두려워하고, 넘어짐을 두려워한다.


혹여 누군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호들갑을 떤다.


“어떡해, 피 나는 것 좀 봐!”


그 모습을 보고는 더욱 움츠러들어서, 나는 넘어지지 말아야지 더 조심스레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한껏 움츠러들어있는 나와 당신에게 전한다.


“맘껏 뛰어다니자.”


까짓거, 넘어지면 일어나면 된다.




씩씩하게 걷자, 우리.






















작가의 이전글 자유를 갈망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