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문(나 자신에게)

by 윤동하

이런 선언 자체가 아무런 의미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 글과 사유를 읽지 말라”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나는 여전히 써야 하기에 쓰는 것이며 말해야 한다고 믿기에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적어도 나에게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기에 이것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기를 쓰면 될 것이 아니냐고, 읽히고 싶기에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물론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 단 읽히고 싶다는 것은 욕망이며, 나는 한낱 인간으로서 욕망을 지속한다. 이 집착이 나의 목을 조여 오나 나에겐 보다 근원적인 이유가 있지 않은가?! 그보다 훨씬 더 우선적으로 나에겐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삶인 것이다! 마지막까지 그 누구에게도 굴복할 수 없는 나의 정신, 이 온전하고 가련한 나의 정신, 언젠가 소멸해 버릴 터이지만 그럼에도 지금 살아있는 이 인식과 사유. 이 시대의 모든 글이 그가 아닌 또 다른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도색되고 시대의 형태를 모방하여 깎여 나갈지라도 오직 나는 온전하게 나를 내버려둘 것이다. 그렇게 선언한다. 나는 이미 이 시대에 잠식된 인간으로 이미 이 시대의 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렇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 더 거칠게 저항하며 굴복하지 않기로 선언하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이 시대를 반영하겠지만 굴복하지 않고자 하는 아직 살아있는 정신이 굶주린 늑대처럼 기다린다. 그 허기짐, 영원히 자신으로 살겠다는 강하고 애처로운 그 다짐이 내 속에 숨 쉰다. 나는 살아있다. 여기 이렇게 아주 오만하게 살아있다. 이것이 읽히지 않을 글이라고, 일기를 쓰라 떠들라. 나에겐 그것이 뒷전일 뿐이다! 내가 살아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