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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칼럼니스트 Feb 07. 2022

부장의 길, 임원의 길

#임원승진 #임원승진하려면



자부심과 뿌듯함, 임원의 길


직장생활의 꽃이 되는 시점은 임원이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임원은 누구나 되는 것이 아니며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의 경우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직원이 나중에 임원이 되는 경우는 0.8%에 불과하다고 한다. 100명 중 99명이 임원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이 중간에 그만두거나 아니면 부장이나 차, 과장 직급으로 끝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임원을 꿈꾼다. 직장생활 연차가 많지 않으면 대리, 과장 등 다음 단계 직급으로 승진이 더 우선이겠지만 부, 차장 정도가 되면 그다음이나 다음다음 직급인 임원을 바라보게 된다. 머지않은 장래 부장으로 끝날 것인가, 임원으로 진급할 수 있을 것인가는 직장인에게 운명의 갈림길이 된다. 이는 직장생활의 성공 여부를 바라보는 1차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직장인의 로망이며 워너비가 임원의 길이지만 이를 포기한 사람도 의외로 많다. 이에는 임원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을 깨닫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가늘고 길게 정년까지 생존하며 남아 있는 것이 좋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임원승진을 위해 쏟는 노력보다 더 귀한 가치를 찾겠다는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성장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대개는 임원을 꿈꾸게 된다. 두 부류의 길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은 임원의 길로 가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만 길게 보면 직장생활을 보다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한 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왜 임원이 되고자 할까. 우선 임원이 되면 직원과는 다른 처우를 받는다. 바로 아래 직급인 부장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다. 성과급의 규모도 훨씬 크다. 별도의 사무 공간과 함께 고급 차량을 받기도 한다. 골프 회원권을 받기도 하며 규정 내에서 법인카드를 쓸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족에게 뿌듯함을 안길 수 있다. 혹여 그간 가족에게 소홀했다면 그 미안함을 한 번에 풀어낼 수 있다. 주변 친구에게도 이웃에게도 임원 등극은 더할 수 없는 자부심이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회사에서 더 큰 일을 맡거나 더욱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더 많은 직원과 함께 일한다. 관장하는 일의 범위가 이전보다 커지므로 이에 따르는 권한도 또 책임도 함께 커지기 마련이다. 외부에 나가면 회사를 대표하기도 한다.



첫 번째 기준, 실적에 대하여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임원이라는 별을 딸 수 있을까. 알다시피 기업에서 가장 중시여기는 것은 실적이다. 그래서 좋은 실적은 임원이 되는데 필수적이다.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실적을 낸 사람이 임원으로 우선 승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실적을 보는 눈에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첫째는 실적을 내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는 것이다. 운이 좋아 자신의 역량보다는 숟가락 잘 얹어서 나온 실적도 분명 존재한다. 이런 실적이라면 있는 그대로 봐주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움으로 개척한 성과가 진정 의미 있는 성과인 것이다.


두 번째는 실적의 레벨이다. 모두가 1등이 될 수 없고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상위권의 실적이라면, 예컨대 상위 30% 수준이라면 임원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상위 20%나 40%는 어떨까. 또 성과가 영업실적처럼 숫자로 명확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어찌할 것인가.


그래서 주변을 보면 임원으로 승진하는 모든 사람이 최고의 실적을 낸 사람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에도 임원이 못 되는 경우가 나오는 것이고, 중상위권의 실적으로, 또는 실적을 카운트하기 어려운 업무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실적이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해 결격사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최소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다른 것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니 임원승진 평가란 실적이란 베이스를 놓고 나머지 중요한 요인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승진을 담보하는 확고한 실적이 아닌 이상, 임원이 되기 위한 다른 필요충분조건을 갖춰야 한다.


필자는 백여 명의 CEO와 그보다 몇 배 많은 임원을 만나고 접하면서 그들에게 공통으로 존재하는 특징이 있음을 알게 됐고, 그것들이 아마도 그들을 임원으로 만든 자질과 태도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유추를 할 수 있었다.



삶의 베이스, 태도의 품격


먼저 태도의 품격이다. 이는 각 개인이 가진 기초역량 같은 것으로 상대를 대하는 태도의 격을 얘기하는데 여기엔 타고난 것에다 노력으로 다듬어진 것이 더해진다. 태도의 품격이 중요한 것은 좋은 관계를 만들고 좋은 성과를 만드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Attitude is Everything’이란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주변에 보면 능력이 있거나 좋은 성과를 냈음에도 인정을 잘 못 받는 경우가 있다. 태도의 품격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 지나친 이기심이나 잘난 체, 천박함, 고집불통 등 좋지 않은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과는 뭐든지 같이 하기 어렵다. 상사가 그렇다면 더욱 그렇다.


컨설팅 비즈니스에선 고객이 ‘갑’이 되고 컨설턴트는 ‘을’이 된다. ‘을’이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소위 ‘갑질’을 하는 고객을 간혹 만나게 된다. 프로젝트 성과를 높이기 위해 고강도의 관리를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상식과 규정의 범위를 벗어나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이런 사람들은 조직에서도 별로 인기가 없을뿐더러 지켜보면 종국에 제때 승진하지도 않거니와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많았다.


훌륭한 ‘갑’은 ‘을’을 존중하면서 ‘을’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사람들이었다. 역량 있는 임원들은 대개 그랬다. 이들은 정중하면서도 디테일에 강했고 프로젝트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컨설턴트라는 사람을 매니지먼트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성과를 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품격의 요체이다.


이 첫 번째 조건에 우리 회사 임원은 그렇지 않다, 또는 내 위의 임원은 성질이 더럽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법하다. 그런 회사들은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근시안적으로 임원을 선임한 경우다. 성과만 보고 임원을 선임했는데 품격에 문제가 있다면 조직이 원활히 잘 굴러갈 리 없고 그래서 그 사람은 ‘십 리도 못 가서 발 병날’ 것이다.


N사의 B부장의 사례를 보자. B부장은 직원들이 하는 일이 맘에 들지 않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심하게 잔소리를 하거나 혼을 냈다. 일반적 수준의 질책을 넘어 모멸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있을 정도였다. 평판이 좋을 리 없던 B부장이 임원 진급에 누락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나 B부장은 최후의 수단으로 최고의 실적에 목을 맸고 결국 실적을 인정받아 뉘 늦게나마 임원에 진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임원이 돼서도 달라진 것 없었다. 직원들은 힘들어했고 이들의 수근거림과 뒷담화는 담장을 넘어갔다. 결국, 임원승진 2년 만에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50도 채 안 된 나이였다.



지지자를 만드는 소통의 힘


둘째는 소통능력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고 조직이 수평화되면서 소통능력은 갈수록 중요한 요인이 된다. 고객과 파트너, 상사와 부하, 연관부서와의 소통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야말로 성과를 창출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을 특정 짓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업무 능력이 있어도 주변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은 고립되기 쉽다. 거기다 지나치게 고집스럽거나 독재적 성향이라도 있다면 지지자를 만들지 못한다. 지지자가 없으면 다음 스텝으로 가는 길의 험난함은 말할 나위 없다.


필자가 본 H기업의 D부장의 사례이다. D부장은 철저하게 성과 위주로 조직을 운영했다. 직원들 얘기나 고충은 들으려 하지 않았고 자기가 정한 방향대로만 채근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들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그렇게 최고의 실적을 냈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고 D부장은 임원승진에서 탈락했다. 실적과 승진을 위해 직원을 혹독하게 다루면 직원들이 좋아하겠는가. 동기부여는커녕 직원의 원성을 산 실패한 매니지먼트였다. 다면평가 결과가 이를 말해줬다.



리더십의 핵심, 동기부여!


다음 단계로 조직에서 리더를 맡게 된 경우 이때부터 중요해지는 요인이 있다. 바로 리더십이라 불리는 매우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역량이다. 리더십은 리더가 되기 전에 일을 잘한 것과는 별개여서 리더로써 반드시 보여주고 인정받아야 하는 역량이다.


그렇다면 리더로써 보여주어야 할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인가. 첫째 리더는 무엇보다 팀의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데 능력을 보여야 한다. 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리더와 팔로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팔로워들이 얼마만큼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첫째로 팀을, 팀원을 동기부여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동기부여 받은 사람들의 능력은 가진 것 이상으로 발휘된다. 그것이 따뜻한 격려의 형님 리더십이든 카리스마 있는 강인한 리더십이든 어떤 것이든 괜찮다. 단, 팀원들이 충분히 동의하고 열렬히 지지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팀원들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 다면평가에서 부하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부서장은 임원이 되기 어려운 까닭이다.


필자와 같이 일했던 P는 팀장이 되기 전부터 임원의 포스로 일하는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동료들에겐 호불호가 있었지만 임원들에겐 인기가 있는 직원이었다. 그래서 팀장도 남들보다 먼저 되어 리더로 출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P가 팀장이 되어 팀을 꾸릴 때 그의 독재적 성향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팀원 시절엔 자기주장이 강하고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 보였는데 그게 아랫사람인 팀원들에겐 좌절의 원인이 되었다. 고집불통 독재자였고 직원들은 전혀 동기부여되지 않았다. 결국에 전진 스텝이 어려워지자 자존심 상한 P는 퇴사하였고 프리랜서의 길을 갔다.


성공한 스포츠 지도자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것도 바로 동기부여 역량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최고 훌륭한 선수로만 구성된 팀을 맡은 것이 아니다. 선수들과 원팀이 되어 이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리더십을 잘 발휘한 사람들이다.



전략과 추진력의 두 바퀴, 실적을 내는 엔진


리더가 갖춰야 할 두 번째 덕목은 전략적인 판단력과 추진력이다. 리더는 중요한 고비마다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지를 판단해야 한다. 바로 전략이고 전술이다. 분야에 대한 경험이 쌓이게 되고 더 많이 고민하다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나은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명확히 제시하는 리더에 팔로워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처럼 수립한 전략 전술을 계획대로 이행하는 힘이 바로 추진력 또는 실행력이다. 좋은 계획이라도 추진 과정에서 암초를 만나거나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어려움과 위험을 먼저 파악하여 대안을 마련하는 관리력과 돌파력이야말로 리더십의 중요한 요인이다. 필자의 경험상 대기업의 임원들은 대개 추진력이 좋았다.


그 유명한 삼성의 관리력이란 말은 바로 이런 것에서 나온다. 어려움에 닥쳤을 때 이를 돌파하는 힘이 없다면 그다음 스텝에 대한 우려를 자아낼 수 있다. 남들이 1년 걸려 하는 것을 6개월에 하겠다고 무리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추진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실제 스마트폰 출시에서 애플의 아이폰보다 2년 이상 늦었던 삼성이 애플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요인은 삼성 특유의 추진력이었다고 한다. 필자는 당시 삼성전자 임원을 만나 ‘삼성의 힘’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삼성은 애플의 아이폰에 맞서 ‘옴니아’라는 첫 스마트폰을 내놨는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되자 거의 불가능한 납기를 맞추며 신모델을 출시, 애플을 따라잡았다고 한다. 삼성의 힘은 정해지면 모두가 힘을 합해 돌파하는 추진력의 힘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당시의 표현은 사실 ‘까라면 깐다’였다).



마지막 관문 “I don’t like you”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요약컨대, 임원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측면에선 태도의 품격과 소통능력이, 조직의 리더로선 동기부여의 리더십 위에 판단력과 추진력이 중요하다. 사실 실적은 ‘운’을 제외하면 궁극적으로 이런 역량들의 결합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역량이 잘 갖추어지면 꼭 최상위 실적이 아니어도 임원의 자격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가장 상식적인 이 길 외 또 다른 임원의 길을 굳이 얘기하자면 아부의 길이다. 상사의 가려운 곳을 잘 찾아 긁어 주면서 상사가 듣기 좋은 얘기로 피드백해 주면 대개 상사가 좋아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역할을 잘해 간혹 임원의 길이 주어지는 것을 봤다. 단 이 길로 가려면 자신의 성향이 이에 맞아야 하며, 지지자가 없는 외로움을 잘 견뎌내고 말로가 별로 좋지 않을 수 있음을 감내해야 한다.


직장에서 상사와 합을 맞추는 것은 직장인의 숙명이어서 상사가 자신을 부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으면 안 된다. 다른 것을 잘 갖췄다 해도 의사결정자가 ‘I don’t like you’ 하면 임원의 길은 요원해질 수 있다. 싫다는데 어쩔 것인가. 그러니 상사에게 리젝트당할 요인을 만들지 마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임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임원이 되는 것은 별개이다. 노력만큼 임원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임원이 된다고 하여 직장생활이 영원히 꽃길로 가는 것도 아니요, 반대로 임원 진급이 안 됐다 하여 상황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노력의 결과는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꽃을 피울 수도 있다. 길은 어디에도 있는 만큼 어느 길을 가든 담대함과 겸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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