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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Jun 24. 2024

슬픔이 변하여 춤이 되고 1

119에 전화해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다


6월 6일 오전 9시, 입원 1일차

쉬는 날 아침, 쌀을 씻고 있었는데 돌연 양수가 터졌다. 남편을 깨워 동네 산부인과로 향했고 의사는 양수가 맞다며 빨리 응급실에 가라고 했다. 양수가 터진다는 신호는 출산이 임박했다는 신호인데, 고작 임신 18주 4일이었다.


119에 전화해 근처 대학병원 연락처를 받았고 구로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곧장 갔다. 긴장 속에서 감정이 메마른 채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곧 당직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와서 초음파를 보러 갔다. 불 꺼진 초음파실에서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를 참 살펴보더니  양막이 파열되었고 예후가 좋지 않다했다. 곧바로 고위험산모실에 입원해서 분만 때까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눈물이 터졌다. 위험산모실로 이동해 누웠는데 딱딱한 침대가 너무 불편했고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조금 후에 남편이 따로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상태를 전해 듣고 와서는 눈물을 왈칵 터뜨렸다. 이런 일이 왜 우리에게 찾아온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18주 4일, 다시 임신 시계가 느리게 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24주 (태아가 살 수 있는 최소 주수)까지 안정을 취하며 끌어가는 게 1차 목표인데 할 수 있을지 자꾸만 의심이 들었다. 나약한 나는 기도만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장기입원이 확정된 상황, 준비물을 챙기러 집에 간 남편이 그동안 노빤스로 지냈냐고 (속옷이 많이 없다며) 카톡을 보내와서 잠시나마 웃었다. 병원 출입을 위한 보라색 팔찌를 손에 커플로 꼈는데 거기엔 내 이름과 혈액형이 적혀 있었다. A+(혈액형)을 보고 A+등급이라 하는 남편의 말에 또 잠시 웃었다.


쥐 죽은 듯 고요한 고위험산모실에서 저녁을 먹는데, 앞으로 먹거나 자거나 누워만 있는 생활을 반복해야 하니 문득 판다 아이바오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입원 1일 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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