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보고 난 후 3달 뒤에 정식 입사를 할 수 있었다.
유럽 회사들이 느린 것인지 아니면 이탈리아 회사만의 특유의 여유인지 단지 회사 문화가 그런 것인지 아직까지도 알지 못한다. 단지 느린 것만은 확실했다.
한국 문화 특성상 퇴사를 하기 전에 이직할 회사를 이미 정해 놓고 약 1주에서 2주의 기간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경력에 공백이 안 생기기 때문이다. 경력의 공백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상황을 만든다.
이러한 공백은 면접관에게 계획성 없고 충동적이며 능력 또한 없을 수 있다는 편견을 심어주기에 안성맞춤의 소재이다. 물론 면접 도중 상황 설명을 통해 면접관을 설득한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건 서류 심사가 통과한 다음의 이야기이다.
2주의 쉬는 기간도 불안해하며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이러하였다. 2주도 그러한데 3달 뒤, 정확히 말하자면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나서 3개월 뒤에나 면접을 보았으니 이직을 결정하고 취업까지 약 6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다행히도 필자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기간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면접 당일
면접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면접관이 한국을 방문했다.
면접 질문들은 여타의 한국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스펙보다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앞으로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확실한 건 이력서보다는 면접이 합격 유무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국내업체에선 당연히 보았을 토익점수라든지 가지고 있는 자격증들이 어떠한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과거의 행적을 통해 미래를 유추하는 방식이 국내의 면접 선별법이라고 한다면 외국 기업은 현재의 가치를 통해 미래를 가늠한다고 생각한다. 별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토익 점수가 높은 지원자가 한동안 영어공부를 등한시하여 면접 볼 당시에 영어를 못한다고 해보자. 이러한 때에 국내에서는 높은 토익 점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공부만 하면 그 점수에 도달할 것이고 앞으로 영어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가 안될 것으로 예측할 것이지만 외국 기업에서는 높은 토익 점수가 있다 하더라도 면접 당일날 영어를 못한다면 그 사람의 능력을 의심하고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토익 점수가 없는 지원자가 면접 당일날 영어를 잘한다 하더라도 국내 기업은 토익 점수가 없기 때문에 영어 실력에 대하여 타당성이 없다고 생각하여 탈락을 고려한다면 외국 기업에서는 합격 점수를 주었을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였습니다.>
여하튼 면접은 운이 좋게도 통과하여, 이탈리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