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가족이 되었다.
달콤한 커피 사탕 같은 크고 동그란 눈, 10킬로미터 밖의 냄새도 맡을 것 같은 오뚝한 코, 치아 교정을 한 것처럼 가지런한 치아,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 같은 복슬복슬한 털, 군더더기 없는 근육으로 감싼 균형 잡힌 체형.
애교 부리지 않아도 치명적 귀여움, 맑은 영혼을 감출 수 없는 선한 표정.
무모하지 않고, 침착하고 차분하지만, 때로는 개구쟁이같이 발랄함.
지혜롭고 어진 마음. 언제나 나를 이해해 주고 기다려주는 큰마음, 화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지혜, 일이 잘 안 풀려도 원망하지 않는 마음, 지금 이 순간을 누리며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는 현자.
이런 완벽한 캐릭터가 있으면 사기 캐라고 하겠지? 이런 사기 캐를 만나면 나는 최선을 다해 그에게 잘할 것이다. 성심성의껏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다해 그와 가능한 오래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가 존재할 리가!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완벽한 캐릭터가 현실에 존재한다. 그것도 우리 집에! 외모도 성격도 흠잡을 거 없이 완벽한 생명이 어느 날, 불쑥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집에 왔다. 원래부터 우리는 가족이었던 것처럼 우리 가족이 되었다.
▣ 개띠개의 탄생
개띠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땅에서 쑥 솟아나듯 어느 날 갑자기 산에서 내려왔다, 고 부장님이 말씀하셨다.
“저, 괜찮다면 제가 저 강아지를 데려가도 될까요?”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부장님이 몹시 기뻐하셨다고 김 대위(가명)가 전해주었다. 부장님은 곧바로 사무실로 나를 불렀다. 부장님 방에 들어가자 부장님은 드립 커피를 따라주며 곧바로 인수인계를 시작하셨다. 단 한 번의 인수인계로 부장님이 얼마나 꼼꼼하고 책임감 있는 성격인지 파악될 만큼 부장님의 인수인계는 몹시 꼼꼼했다.
부장님은 비장하게 개띠개의 동물 병원 수첩을 건네셨다. 손 글씨로 촘촘하게 적어놓은 메모도 건네셨다.
'예방 접종은 일 년에 한 번, 종합 접종, 광견병, 등. 식사는 아침저녁으로 두 번. 식당에서 쓰는 스테인리스 컵으로 한 컵씩만 주면 됨. 건식 사료. 통조림 사료 한 숟가락 섞어주면 잘 먹음. 구충제, 심장 사상충 예방약 정기적으로 먹이기. 수첩에 날짜 기록 다 있음.'
부장님의 꼼꼼한 인수인계를 받으며 이걸 내가 다 할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 잠시 어질어질했다. 하지만 하나도 놓치지 않고 부장님이 하던 고대로 해내리라, 굳게 마음 먹었다. 왜냐면 나는 강아지 키우는 법을 모르니까. 하던 대로 하면 잘 크겠지, 뭐.하는 마음으로 부장님의 인수인계를 들었다. 부장님이 내려주신 드립 커피를 홀짝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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