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선물을 받은 것 같은 날.
누구한테?
음,, 사람한테? 세상으로부터? 아니면,,, 신선에게?!!!
개띠개와 느긋하게 산책하는 일은 하루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이른 아침에 나가기도 하고, 신선한 바람을 마시며 오전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점심을 먹은 후 오후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개띠개가 집에서 배변을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나간다. 매일 산책만 시켜줘도 강아지의 문제행동이 줄어든다는 어느 훈련사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밖으로 나간다. 개띠개가 나를 끌고 나간다. 은둔형 외톨이처럼 한 달 내내 집 안에 꼼짝 않고 있을 수 있는 나는 개띠개에게 이끌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햇살과 사람들이 있는 바깥세상으로. 개띠개가 멱살 잡고 끌고 나가는 반강제적인 산책이긴 하지만 덕분에 매일 걸으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개띠개는 딱 두 가지를 가장 좋아한다. 간식하고 산책
간식, 산책,
간식, 산책,
그다음은 가족이겠지?
우리 개띠개는 ‘먹을 거 주는 사람’하고 ‘산책시켜주는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 ‘간식’과 ‘산책’이란 단어를 알아듣고 펄쩍펄쩍 뛰고 제자리에서 뱅그르르 돌고 입꼬리를 귀에 걸고 웃는 개띠개를 보면 어떨 땐 이 녀석, 혹시 나 말고도 간식 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따라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그 정도로 간식과 산책을 좋아한다.
실제로 개띠개와 산책을 하다 장바구니에 무언가를 가득 담고 오는 아주머니를 보면 저절로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코를 세우고 킁킁거리며 몸의 방향을 바꾸고 따라갈 태세를 보인다거나, 산책 중 벤치에 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는 사람에게 끌리는지 그쪽으로 나를 끌고 간다던가, 아예 그 앞에 서서 빤히 바라보며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코코에서, 강아지는 영혼의 안내자,라고 하는데 우리 개띠개가 영혼의 안내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먹을 것이 있는 쪽으로는 확실하게 안내하긴 한다.
개띠개와 산책할 때 개띠개가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코스를 다양하게 구성하려고 신경 쓰는 편이다. 집 근처 산을 가기도 하고, 공원을 가기도 하고, 그저 동네를 한 바퀴 걷기도 한다. 특별히 내가 다음 스케줄이 있다던가, 공기가 너무 좋지 않다던가, 바쁘다던가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그저 개띠개가 킁킁거리는 대로, 냄새를 쫓는 대로 움직인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일은 돌 지나 걸음마를 시작한 아가와 산책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도 신기, 저것도 신기해하며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고 만져보다 오분이면 가는 어린이집을 삼십분 걸리는 것이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한 유아들과도 닮았다.
개띠개가 냄새를 쫓으며 이리저리 나름 진지한 것을 볼 때면 드는 생각이 있다. 한 번쯤은 개띠개가 목줄 없이 자유롭게 이 땅을 뛰어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디 가면, 어떻게 하면 개띠개가 목줄 없이 뛰어다닐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도시의 강아지는 도시 생활에 적응해야겠지, 뭐.
개띠개와 산책을 나갈 때 처음엔 개띠개가 하자는 대로 내버려둔다. 실컷 참았던 오줌도 누고, 똥도 누고, 냄새도 실컷 맞고, 그렇게 어느 정도 개띠개 저 하고 싶은 대로 하였다 싶으면 이제 슬슬 내 차례다. 마음에 드는 벤치에 앉아 멍, 을 때리며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좋다. 곁에는 사랑스러운 개띠개가 앉아 있다. 어떤 날은 동네 카페에 가서 바닐라 라테를 마시고 앉아 또 멍, 을 때리거나 그림을 그린다. 이 모든 건 내가 멍 때리는 동안 옆에 가만히 앉아 기다려주는 개띠개 덕분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