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적 스토리텔링과 마케팅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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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브런슨의 전작 마케팅 설계자도 그랬지만, 이번 책도 마케팅에 마치 하나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저자의 태도가 약간 미심쩍을 때가 있습니다(그리고 그 법칙이 바로 저자가 판매하는 프로덕트인 '퍼널'이라는 점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저자의 말에 공감하고 빠져드는 것은, 복잡한 현상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하고 '프레임워크'라는 이름으로 실체화하는 능력과 함께 저자가 가지고 있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는 항상 특정한 서사에 흥분합니다. 주인공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시련을 만나지만 여러 조력자의 도움과 결국 여행의 목적을 이루면서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합니다. 아주 오래 전의 신화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비슷한 틀을 가진 스토리텔링은 구체적인 상황과 동기, 그리고 미묘한 디테일이 달라질 뿐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반지의 제왕에서의 프로도와 아라고른, 해리포터에서의 해리, 그리고 최근에는 어벤저스 시리즈에서의 아이언맨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이야기가 비슷한 구성으로 흘러갈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이런 이야기에 열광합니다. 다시 말해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의 구성은 정해져 있고, 이 구성을 단순화함으로써 특정한 프레임워크로 정리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브랜드 설계자에 나온 프레임워크를 더 단순화했습니다).
일상 세계 → 모험을 떠나기 위한 동기(숙명) → 정체성의 혼란과 조력자와의 첫 만남 → 본격적인 모험 돌입 → 동료 및 적대자(안타고니스트)와의 만남 → 여러 번의 시련과 해결 → 마지막 대결 → 여행의 목적 달성 및 주인공의 성장
그리고 이 전체적인 여정의 중간중간 주인공은 조력자에게 도움을 받거나, 동료와 힘을 합치거나, 스스로 각성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 깨달음은 때로는 과거의 잘못된 믿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일 수도 있고, 특별한 사람의 죽음일 수도 있고, 위기의 순간 깨어난 과거의 기억이나 잠재의식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주인공은 어느 순간 각성하고 성장합니다. 그리고 이 각성의 순간 우리는 특별한 쾌감을 느끼고 동시에 스토리의 절정에 깊게 몰입하게 됩니다.
마케팅의 세계에서도 이런 스토리텔링 기법은 비슷하게 작용합니다. 우리가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하는 스토리텔링은 방금 언급한 신화적 스토리텔링의 구성과 거의 비슷합니다. 우리는 고객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믿음을 타파하고 우리가 가진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어떤 복잡한 아이디어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비유일 수도 있고, 우리의 솔루션을 직접 사용한 사례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러셀 브런슨은 이런 '깨달음을 주는 경험'을 '에피파니(번개처럼 떠오르는 통찰이나 깨달음) 브릿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이성적일까요, 감정적일까요? 고전적인 경제학에서 우리는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고 전제하고 이론을 전개하지만, 사실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감정적이고 충동적입니다(그래서 최근 몇 년간 마케터들은 행동경제학과 뇌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죠). 우리가 고객을 설득할 때도 이 사실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우리의 고객은 감정적입니다. 그리고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우리의 고객은 우리의 솔루션을 만나기 전에 이미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해 왔고, 잘못된 믿음(우리의 솔루션을 신뢰하지 않을 만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 솔루션의 장점을 열거해도 고객들은 설득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좋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하고, 사람들의 잘못된 믿음을 에피파니 브릿지를 활용해서 깨뜨려야 합니다. 그리고 에피파니 브릿지는 사람들의 감정적인 영역을 건드리는, 단순한 이야기여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고객을 설득할 때 절대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최종적인 목적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고객이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의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믿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고객의 눈높이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는 현재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서 불만족스러운 상태에 놓여 있는 고객을 이해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3가지 정도의 전제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고객의 불만족스러운 상태에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 고객에게 우리 제품이 완전히 새롭고 완벽한 솔루션이라는 점을 인지시켜야 한다.
- 고객은 우리 제품에 대해 잘 모르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의지도 (현재 상태에서는) 없다.
그리고 이 때 에피파니 브릿지가 활약하게 됩니다. 러셀 브런슨은 이 스토리텔링의 과정을 다음과 같은 프레임워크로 정리했습니다.
1) 배경 이야기
- 고객의 흥미를 끄는 배경 이야기를 설명합니다. '깨달음'을 얻기 전 주인공(예를 들어, 지금은 성공한 사람인 나 자신의 과거 경험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의 상태를 설명하고, 주인공이 그 때 가지고 있었던 욕망과 잘못된 믿음, 그리고 그로 인해 겪었던 좌절의 경험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고객은 과거의 주인공이 자신들과 같다는 점을 알게 되고, 공감대를 가지게 됩니다.
2) 여정/갈등
- 주인공이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서 도전하게 되는 첫 계기를 이야기합니다. 어떤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좌절을 겪었는지를 설명합니다. 고객은 주인공과 비슷한 경험을 이미 겪었거나, 최소한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3) 새로운 기회
- 주인공이 새로운 기회를 발견합니다. 주변의 조력자가 도움을 주었을 수도 있고, 주변인이 과거의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신념을 가지고 행동한 결과 성공한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잘못된 신념이 완전히 타파되었는지를 납득시키는 것입니다.
4) 프레임워크
- 주인공은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이 '새로운 기회'를 프레임워크화하고 실험합니다. 작은 사례에서부터 큰 성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과 결과를 통해 프레임워크는 점점 효과를 입증하고, 주인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성공을 경험합니다.
5) 성취와 변화
- 일련의 과정을 통해 주인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고객들에게 보여줍니다. 고객과 같은 사람이었던 주인공은 깨달음을 얻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났습니다(각성하고 성장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 들은 고객은 이제 우리의 '프레임워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 스토리텔링 기법은 가장 단순하게는 세일즈를 위한 미팅에서부터 많은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스피치, 웨비나, 온라인 프로모션의 마케팅 메시지, 이메일 퍼널의 시퀀스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은 고객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잘못된 믿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러셀 브런슨은 실제 웨비나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프레임워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