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뮤지엄
그녀의 이름은 폴린 브로글리(Pauline de Broglie). 프랑스 28대 총리를 지냈던 알베르 브로글리(Albert de Brogolie)의 아내예요. 브로글리 공주로도 불린 귀족 여성이었고 그림이 그려질 당시 28세였어요. 아름다운 외모뿐 아니라 지성까지 겸비했던 여인이었고 책을 읽고 글쓰기를 즐겨했다고 합니다.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지만 내향적이고 수줍음이 많았어요. 그래서일까요?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소파에 걸쳐져 있는 금빛 숄을 두르고 곧 연회장으로 가려는 설레는 순간임에도 표정에는 우울함이 묻어져 있어요.
안타깝게도 폴린은 그림이 완성되고 2년 후 결핵진단을 받고, 5년 후 35세의 나이로 사망합니다. 남편 알베르 브로글리는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40여 년을 재혼하지 않고 이 초상화를 간직했어요. 초상화를 바라보는 것조차 마음이 아파 천으로 가려놓고 보관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림을 통해 1850년대 파리 사교계의 고급 이브닝드레스를 엿볼 수 있어요. 고급스러운 파리 패션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옆으로 놓인 금색 소파와 그 위에 놓인 금색 자수 이브닝 숄, 착용하고 있는 액세서리들은 당시 화려한 귀족 문화를 보여주고 있어요.
푸른색 드레스와 같은 색의 리본매듭으로 머리를 정갈하게 장식했고 투명한 프릴로 자태를 더하고 있어요. 술이 달린 천연 진주 귀걸이와 왼손의 진주팔찌, 오른손의 다이아장식의 팔찌, 반지 등의 보석도 눈여겨보세요. 목에 걸린 펜던트에는 십자가 모양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종교적 신념의 표시입니다.
한 비평가는 이렇게 말했어요.
“폴린은 손끝까지 세련되고 섬세하며 우아하다. 귀족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refined, delicate, elegant to her finger tips... a marvelous incarnation of nobility."
프랑스 신고전주의의 거장,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Jean-Auguste-Dominique Ingres, 1780~1867).
다비드의 가장 뛰어난 제자로 불리었고 고전적이고 규범적인 미술, 즉 형태와 선을 중시했던 화가였어요. 평생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는데, 당시 색채와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낭만주의자들은 그를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여기기도 했어요.
하지만 앵그르의 붓을 거쳐서 나온 초상화는 당대 최고였으며, 인기가 무척 많았고 어려웠던 젊은 시절 경제적으로 큰 보탬이 되기도 했어요. 역사화, 신화 또는 종교화에 대한 열정이 컸다고 하지만 초상화로서 그의 명성은 다른 화가와 비교할 수 없었어요. 서양 미술사가 낳은 최고의 초상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를 그의 그림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화가 앞에 서는 것도 꺼려했던 수줍음 많았던 브로글리 부인. 그녀를 모델로 세우고 그리는 것에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전해져요. 사전 스케치를 최소한 10점 이상 했다고 전해지는데, 직업 모델을 불러 누드를 먼저 그린 후에 비례와 구도를 맞추었어요. 완벽한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주고자 했겠지요. 하지만 초상화 작업을 하면서 친구에게 내 생애 아내 말고는 초상화는 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 과정이었습니다. 실제로 부인을 제외한 여성의 초상화는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고 해요.
그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그가 남긴 초상화 중 최고라고 여겨지는 브로글리 공주의 초상. 뛰어난 사실주의적 관찰로 이루어낸 디테일, 완벽한 비례와 구도가 돋보이는 고전주의적 이상미,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신체의 일부를 왜곡하는 등 아름다움의 절정을 향한 그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남편 알베르 브로글리가 죽고 난 뒤, 미국은행가 로버트 리먼을 통해 미국에 들어와 현재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리먼 윙(Robert Lehman Wing)에 전시되고 있어요. 사진으로는 절대 나타낼 수 없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작품이 다시 보고 싶어서 미술관을 또 찾게 만드는 그림입니다. 그녀의 눈빛에 좀 더 머물러 보세요. 아이들과 남편을 두고 죽음을 맞이했을 그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머금고있는 듯한 슬픈 눈. 마음으로 위로해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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