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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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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Aug 07. 2020

현실 마피아 게임을 하는 가족

이 빌어먹을 집에서 다함께 '십시일반'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해 배운 것이 기억난다. 한부모가족, 입양 가족, 다문화 가족까지.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사회 교과서보다 드라마를 보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가족의 다양한 형태는 ‘한국 드라마’의 필수불가결 요소처럼 등장한다. 주말, 아침 드라마는 3세대 이상의 가족형태인 확대 가족과 겹사돈은 기본 바탕이다. 어릴 적 잃어버린 아이를 성인이 되어 찾기도 하며, 친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도 빼면 아쉬운 단골 코스다. 미니시리즈 드라마는 가족의 색깔이 보이는 편이다. 단란하고 화목한 가족보단 갈등 관계를 중심으로 가족 관계의 민낯을 보여 준다. 대표적으로 `스카이캐슬`에서는 입시 경쟁을 위한 네 가족의 치졸한 속내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 가족 같지도 않은 가족이 있다. 바로, MBC의 새로운 수목드라마 ‘십시일반’의 가족이다. ‘이 빌어먹을 집에서 모두 다 함께’는 놀랍게도 드라마 공식 포스터의 문구이다. 근래 드물었던 추리극과 한국 드라마에서 희귀한 블랙 코미디 장르의 드라마 ‘십시일반’. 과연 어떤 가족을 담았을까? ‘가족’을 중심적으로 이 드라마의 감상 포인트를 알아보았다.





-이 집안, 정말 빌어먹을 집안이다. 

모든 가족은 아무리 화목해도 소란이 일어나고 서로 상처를 주기 마련이다. 갈등 속에서도 가족이 유지되는 이유는 주민등록 본을 넘어 가족만의 유대감, `정`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가족은 주민등록 본의 관계도, `정`의 관계도 아니다. `욕망`의 관계이다. 사실, 가족이라기보단 `이상하고 불편한 관계들의 모임`이 더 알맞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의 인물 관계도를 유심히 보자. 유명 화백 `유인호`의 유일한 혈연관계는 딸인 `유빛나`이다. 빛나는 극 중 사건을 관찰하고 추리하는 주요 인물로, 엄마 김지혜와 유인호의 불륜으로 낳은 혼외자식이다. 그 불륜으로 인해 유인호는 전부인 설영과 이혼을 했지만, 몇 년 전부터 다시 만나 같이 살고 있다. 그런데도 과거 내연녀 김지혜는 딸 빛나가 유인호와 유일한 혈연관계임을 내세워 유인호의 생일파티에 참석한다. 전부인, 전 내연녀, 혼외자식이 함께 하는 아버지의 생일파티라니. 정말 이게 무슨 빌어먹을 관계인가? 이게 끝이 아니다.





-가족이 아닌 가족들의 욕망은 더 뜨겁다.

이 드라마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빌어먹을 집안에 사는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다. 바로 화백 유인호의 친구이자 매니저인 `문정욱`과 가사도우미 `박 여사`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유인호와 관계에서 절대적인 `을`이었다는 것이다. 문정욱은 유인호의 오랜 친구지만 유인호에게 일을 못 한다며 큰 소리를 듣는 것이 일상이었다. 가사도우미 박 여사도 마찬가지다. 국이 짜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써야 했다. 자존심 상하게 하는 친구와 까칠한 집주인은 그들에게 썩 유쾌한 존재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이 집안에 남아있었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바로 이 의문이 드라마의 추리에서 주의 깊게 살필 점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가면뿐인 가족의 관계였을지라도 나름대로 유인호에게 작은 표출을 하며 살았다. 빛나는 아빠에게 표현하지 않는 것으로 표출했고, 고선은 진한 화장을 지우라는 유인호의 호통에 투덜거리며 말을 들었다. 그러나 이 두 명은 유인호에게 작은 감정조차 표출할 수 없었던 절대적 `을`이었다. 아무리 싫은 소리를 들어도 혼자서 삭혀야 했고, 감춰둔 분노와 응어리는 욕망으로 자리 잡았을지 모른다. 끊임없이 욕망을 쌓으며 내일을 기약했을 가족이 아닌 사람들의 감춰진 욕망에 주목하며 드라마를 시청해보자.


-가족판 현실 마피아 게임

게임 `마피아`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피아 게임은 단순하다. 다수 중 소수인 마피아를 찾는 게임이다. 마피아를 찾으면 시민들의 승리이고, 마피아는 정체를 들키지 않으면 승리한다. 게임을 하다 보면 모두가 마피아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시민은 최선을 다해 작은 단서로 마피아를 찾아야 하고 마피아도 최선을 다해 들키지 않아야 한다. `십시일반`을 3화까지 시청해보니, 이 드라마 참 `마피아`와 닮았다.


첫째, 범인은 이 안에 존재한다. 마피아는 반드시 한 명 이상 존재한다. 유명 화백 유인호가 살해당했고, 그날 밤 그 집에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로 가족 중에 범인이 있다. 


둘째, 모두가 자신의 무고를 주장한다. 마피아 게임을 하다 보면 교란을 위한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 게임의 인원 대부분이 `무고한 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자신을 청렴결백하며 무고하다고 놀란 듯 가슴을 움켜잡는다. 연기일까? 아니면 진짜일까? 


셋째,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고 물어뜯는다. 게임을 하다 보면 사소한 손짓이나 표정 변화에도 "너 마피아 아니야!?"라고 의심한다. 이 경우, 정말 순수한 의심일 수도 있고 본인이 마피아라 선동하는 때도 있다. 가족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의심한다. `네가 죽였지!` 하며 본인의 주장을 내뱉고, 가족 내 동조하는 무리를 형성한다. 


넷째, 마피아를 잡지 못하면 죽는다. (다친다.) 마피아 게임을 할 때, 마피아가 잡히지 않았다면 시민들은 한 명씩 마피아의 손에 죽는다. 드라마의 경우, 범인에 의해 누군가 다치게 된다. 


마지막, 모두 저만의 욕망이 있다. 마피아 게임에서 마피아는 자신이 마피아로 승리하기 바라며, 나머지는 마피아를 찾아내는 것을 원한다. 집 안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내 옆 방에 살인자가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들이 이 빌어먹을 집안에 남아있는 이유는 `돈`이다. 유인호의 오백억 유산을 받기 위한 물욕적 욕망. 



마피아 게임은 승리자와 별개로 누가 마피아인지 밝혀진다. 드라마 속 범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가 유인호를 죽였는가?` 마피아 게임과 비슷한 욕망이 얽힌 이 난제는 결국 밝혀질 것이다. 마피아는 참여하지 않고 관전하더라도 참 재밌는 게임이다. 가족판 현실 마피아 MBC 수목드라마 `십시일반` 이제부터 관전해보자. 과연 누가 마피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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