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디자인을 시작하는 신입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디자인 방법의 실제
대학이나 회사에서 학생이나 신입 디자이너들을 만나면서 브랜드 디자인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갖기 쉬운 선입견이나 오류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경력이 있는 디자이너들은 당연히 피할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몇가지 정리해 본다.
브랜드 기획 단계에서 디자인 방향 설정을 위한 콘셉트 키워드를 도출하게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키워드 자체에 집중한 나머지 본래의 브랜드 방향을 잠시 잊고 다른 방향으로 아이데이션을 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이미 정한 콘셉트라 하더라도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언어로 모든 것을 담을 수 없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콘셉트는 브랜드에 대한 기획자의 해석이므로 절대적인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하나의 단어도 여러 의미를 내포할 수 있어서 단어 자체에만 집중하면 잘못된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브랜드의 키워드로 많이 사용되는 '단순한(simple)'이라는 단어만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정도나 차원이 다를 수 있고 개인마다 생각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키워드 자체보다는 그 단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본래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브랜드의 메세지나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브랜드 개발의 전 과정에서 잊지 않고 디자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로고 디자인에서 심벌이 필수적인 것은 아님에도 로고는 심벌부터 우선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로고타입은 심벌이 정해지면 그에 맞추어 하면 된다고 여긴다. 심벌 개발이 필요한 브랜드라면 그 순서가 맞을 수 있겠으나, 로고에는 반드시 심벌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워드마크형 로고 이외에 심벌을 개발하지 않는 브랜드도 많이 있다. 심벌은 브랜드의 메세지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각 요소가 되지만, 워드마크형 로고는 브랜드 네임이 단순 명료하게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고 단순한 세련미를 전달하는데도 효과적이어서 많은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브랜드의 특성과 주요 적용 매체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고려하여 심벌의 유무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로고타입을 디자인함에 있어 단순히 폰트에서 선택하여 적용하기 보다는 섬세한 감각으로 디자인한다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로고타입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시각 상징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브랜드 이미지에 딱 맞는 폰트는 세상에 없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디자인을 시작해야 한다. 폰트는 많은 글자를 언제든 동일한 형태로 타이핑하기위해서 개발되어지고, 로고는 세상에 단 하나 유일한 존재로서 보여져야 하므로 폰트를 그대로 로고에 활용하겠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다. 보통 컴퓨터에 보유하고 있는 폰트는 스타일에 있어 그리 많지 않기도 하다. 커스터마이즈된 로고타입을 개발하겠다는 마음으로 디자인에 임해야 한다.
브랜드 색상은 디자인 기획 단계에서 넘버까지 먼저 정해놓고 그 다음에 로고 디자인을 하는 경우도 본다. 특정 무드에 적합한 단 하나의 색상이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위한 다양한 색상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예를 들어 젊음의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색상으로 블루가 선택될 수 있다. 그러나 젊음을 나타낼 수 있는 색상으로는 열정적인 레드도, 밝은 이미지의 오렌지도 싱그러운 그린도 있다.
형태도 색상을 선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고의 형태가 어느 정도 정해지면 그 때에 브랜드의 전체 맥락과 로고의 형태를 고려하여 색상을 선정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이유로 로고 시안을 개발하는 첫 단계에서는 색상을 입히지 않고 흑백으로 하여 형태에 집중하여 디자인하기도 한다. 기획 단계에서는 어떤 무드의 색상이 가능할지에 대한 정도로 바운더리를 만들어두는 것은 적절하다.
그래픽 모티프는 브랜드의 대표적인 시각 상징이 되기는 하지만 모든 적용 매체에 억지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아니 모두 똑같이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많은 정보가 나열되기 마련인 앱 디자인의 경우 브랜드 로고 외에 다른 그래픽을 더하면 시각 이미지 표현이 많아지면서 복잡하게 보일 수 있다. 굳이 그래픽 모티프를 적용하려 해서는 않되는 상황인 것이다.
브랜드의 이미지는 단 하나의 매체를 접하는 것만으로 형성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다양한 접점에서 브랜드를 경험하면서 이미지가 형성되게 되어있다. 로고는 기본적으로 항시 적용하여 브랜드 네임이자 로고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되, 부가적인 그래픽 모티프는 일괄 적용하기 보다는 적절한 곳에 적용 환경에 맞게 응용하여 노출시킴으로 소비자가 여러 매체를 종합적으로 보면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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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다섯 가지는 개인에 따라 당연한 얘기 아닌가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디자이너들에게서 많이 보게되는 사례들을 모아본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만 나열하면 제한된 방향으로 디자인을 해야 하는가 하고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은 이러한 잘못된 선입견이나 판단들이 자유로운 디자인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디자인을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서 브랜드 디자인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어떠어떠해야 한다고 하는 선입견을 갖고 디자인을 제한하여 하게 되기도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브랜드나 디자인에 대한 선입견을 하나씩 깨고 나가 더 넓은 시각을 갖고 자유롭게 그러면서도 브랜드에 딱 맞게 디자인하게 되어 가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아감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