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매핑이 만능은 아니다
앞서 '창작으로서의 브랜드 디자인'이라는 글에서 창작이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시대의 디자인 방식에 대한 의견을 적었었는데, 이제는 그렇다면 창의적인 브랜드 디자인은 어떻게 접근하는게 좋을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디자인 아이데이션의 대표적인 방법론으로 마인드 매핑을 쉽게 떠올린다. 마인드 매핑이란 주제와 관련해 다양하게 아이디어나 단어를 파생해 나가는 행위이다. 확산적으로 사고하고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펼쳐놓기에 효과적이다. 다만 브랜드 디자인을 할 때에는 정확한 판단하에 활용이 되어야 한다.
마인드 매핑을 하면 브랜드와 관련하여 핵심적이거나 부차적인 또는 브랜드에서 파생되긴 했지만 핵심과는 거리가 먼 다양한 요소나 아이디어들이 펼쳐지게 된다. 그런데 브랜드의 심벌은 말 그대로 브랜드의 대표적인 상징이기 때문에 브랜드의 핵심적인 가치나 메세지에 부합하는 요소가 표현되어야 한다. 마인드 매핑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 키워드들 중에 아무 키워드나 활용한다면 핵심적인 가치가 아닌 부차적이거나 브랜드와는 거리가 먼 표현될 우려가 생긴다.
또한 브랜드의 로고는 브랜드의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여 여러 상황에 위배되지 않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징에 부합하는지, 다른 브랜드나 비즈니스로 오인지될 가능성은 없는지,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화가 이루어지는지 등 다양한 맥락에 부합해야 하기에 마인드 매핑을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를 섣불리 디자인 요소로 활용해서는 않된다. 다양한 맥락을 두루 검토해 보고 적합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가장 창의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는 브랜드 자체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나온다고 믿는다. 브랜드의 핵심 상징인 심벌의 표현 요소는 브랜드를 경험하는 순간 얻게 되는 가치를 구체화해보는데서 아이디어가 생길 수 있다.
스리랑카의 버거 브랜드인 Full’r는 브랜드 경험의 본질적인 가치를 깊이 파고들어 성공적인 브랜드 디자인 시스템을 개발한 사례이다. 버거 브랜드는 맛에서나 디자인 스타일에서나 브랜드마다의 차이를 보기 어렵다. Full'r는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이전까지 다른 브랜드는 버거를 먹는 즐거움에 대해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버거를 맛있게 먹다보면 손이나 입주변이 더러워지게 마련이다. 한 입 가득 다양한 맛의 풍미를 느끼면서 맛있게 먹는 그러나 손과 입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이 상황이 바로 버거를 먹는 경험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데, Full'r는 그 순간의 즐거움을 나타낸 브랜드 네임과 생동감있는 디자인으로 표현하였다. 로고는 브랜드 네임을 둘러싼 두 손으로 버거를 이제 막 맛있게 즐기려는 순간을 나타낸 형상이다.
이렇듯 브랜드를 경험할 때의 순간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상황에서 고객이 누리게 되는 기능적이거나 감성적인 가치를 찾아내어 표현하는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다. 이 아이데이션 방법은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을 이루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 당연한 방식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으나 대체로 브랜드 디자인의 표현이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모호하기 때문이다.
특강과 같은 자리에서 창의적인 디자인을 위해 특별히 하는 일이나 보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어떤 특정 책이나 시각 자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섞인 질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글의 내용과 같이 다른 곳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려 하기 보다는 브랜드의 본질에 다가서 치열하게 본질적 가치를 파고들어 본다면 남다른 디자인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