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데이션 과정에서의 스케치가 중요한 이유
디지털이 당연한 노멀이 된 지금, 디자인도 컴퓨터 화면을 켜고 스크린 상에서 하는데에 익숙한 시대이지만 여전히 로고 디자인의 아이데이션 단계에서는 손으로 하는 스케치가 효과적이라 믿는다. 처음부터 컴퓨터에서 디자인을 시작하다보면 생각이 제한되기 쉽기 때문이다. 컴퓨터에서 단순 도형이나 폰트들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보니 어떤 디자인, 형태가 좋을지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쉽게 만들어지는 도형을 그리거나 폰트를 고르는데 집중하기 쉽다.
보통 손 스케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연필이나 펜으로 종이에 러프하게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은 아이패드 등을 활용해 디지털 상태의 스케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손으로 하는 스케치의 장점
첫째, 빠른 시간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데 효과적이다.
스케치는 똑바로 그릴 필요가 없고 자유로운 손을 활용하여 하기에 디자인 초기에 빠르게 아이디어를 쏟아내는데 도움이 된다. 디자인 프로세스는 아이디어의 확산과 수렴, 두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확산은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펼쳐놓는 과정이며 수렴은 펼쳐놓은 아이디어 중에 적절한 안을 선택하고 완성도를 높여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하나의 과제에 대해 가능한 디자인 아이디어는 단 하나이지 않다. 하나의 문제에도 수많은 디자인을 대안이 있을 수 있는데 디자인 초기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스케치를 통해 빠르게 많은 후보안들을 러프하게나마 고민해보고 테스트를 해보면서 보다 나은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생각의 제약을 줄여준다.
디자인 시작 단계에서 컴퓨터 화면을 켜고 시작하면 일러스트레이터 툴에 있는 직선, 원이나 사각형과 같이 쉽게 만들 수 있는 기본 도형이나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폰트를 고르는 것으로 아이디어가 제한될 수 있다. 실제 브랜드에 딱 맞는 폰트를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우선 스케치를 하면서 먼저 어떠한 구조나 형태, 디테일이 좋을지 생각하는 것은 브랜드에 딱 맞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면서 생각을 열어놓을 수 있다.
셋째, 디자인 초기 단계(아이데이션)에서 디테일보다는 아이디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시각 디자이너들은 시각적인 디테일에 민감하다. 컴퓨터 화면에 무언가를 그려넣는다면 그것이 러프하게 되어져있는 상황을 그대로 지나치지 못한다. 선이 삐뚤다면 바르게 하고 각과 열을 맞춘다. 이러한 디테일을 다듬는 과정은 디자인의 후반부에 이루어져야 함에도 컴퓨터로 디자인을 바로 시작해 버리면 이렇듯 디자인의 방향이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에 집중하기보다는 디테일에 초반부터 집중하는 현상이 생기기 쉽다. 거슬리는 디테일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초기 단계에 스케치는 생각에 집중하기에 좋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도 스케치할 때는 지우개도 쓰지 말라고 한다. 다듬는 것이 아닌 생각을 발산하고 펼쳐놓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