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를 디자인하는 일은 얼핏 단순한 듯 보이기도 한다. 우선은 브랜드 네임의 (일반적으로는)영문 알파벳이 기본적인 시각 요소로 주어지고 이는 꽤 익숙한 문자이다보니 무엇을 그려야 할지 큰 고민없이도 작업이 가능하니 말이다. 물론 디자인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브랜드에 맞춤이면서 완성도 있게 디자인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떻게 하면 로고 디자인을 잘 할 수 있고, 디자인하면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디자인을 하면서 중요하다 생각되었던 부분이나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디자인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중심으로 로고 디자인의 기본적인 원칙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브랜드 네임이 명확히 인지될 수 있는 가독성과 가시성을 확보한다.
로고는 브랜드의 메시지나 이미지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로고의 가장 큰 역할은 브랜드 네임을 소비자에게 인지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로고는 기본적으로 브랜드 네임을 시각화하여 만든다. 로고가 있어야 브랜드의 이름이 다양한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노출되고, 사람들의 입에서 그 이름이 불리우게 될 수 있다. 브랜드 네임이 잘 읽힐 수 있게 하기위해서는 설명적인 그림이 아닌 매우 단순화되고 명료한 형태여야 한다. 디자이너가 이 사실을 망각하면 특정 형상을 로고에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기가 쉽다. 로고를 통해 브랜드의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이런 저런 형태의 시각 요소들을 추가하거나 글자의 획을 변형하다보면 가독성이 떨어지는 형태로 디자인되어 브랜드 네임을 명확히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로고를 통해 브랜드의 메시지를 설명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소비자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브랜드를 접하기에 브랜드 로고에 많은 것을 담아 표현하여도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다. 로고 디자인에서 브랜드의 특징을 담아내기 위해 브랜드 네임의 일부 문자의 색상을 달리 한다거나 글자를 알아보기 힘든 형태는 가독성을 해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가독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개성을 강조하는 방식이 효과적인 매우 특수한 경우도 있다.
둘째, 문자의 표정으로 브랜드의 개성을 표현한다.
앞서 로고에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시각화하는 것은 한계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이와 같이 어떤 형상을 많이 그려넣는 것은 오히려 오인지될 가능성도 많다. 브랜드 네임을 명확하게 잘 인지하게 하면서 메시지보다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을 추천한다. 로고를 통해 모든 것을 전달한다는 생각보다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만 단순화하여 표현하거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문자는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표정을 달리한다. 사람의 성격이나 무드를 나타낼 때 사용하기도 하는 날렵한, 푸근한, 안정감있는, 자유분방한, 여유로운 등과 같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문자 디자인을 통해 섬세하게 표현해 본다. 사람들은 정확히 어떤 의도의 디자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는 느낄 수 있고 이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일차적인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셋째, 낱글자를 디자인한다는 생각보다는 로고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고 디자인한다.
로고는 낱글자 여러 개가 조합된 형태이다보니 개별 낱글자의 디테일에 집중하여 디자인하고 이를 전체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디자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로고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인식하여 디자인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낱글자의 디테일들이 전체적으로 모였을 때 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고는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지 낱글자 하나하나 따로 보게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글자의 일부 디테일을 조정하기도 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글자는 포인트로 활용될 수도 있다.
넷째, 어떠한 환경에서도 존재감있게 디자인한다.
로고는 단독으로 적용되기보다는 다른 시각 요소들과 함께 보여진다. 소비자에게는 그래픽 모티프, 텍스트, 이미지 등 다양한 시각 요소들의 합이 브랜드의 이미지와 메시지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에, 이들 시각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환경에서 적용이 용이한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로고로서 존재감있게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존재감이 있는 로고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함과 명료함을 갖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다섯째, 브랜드의 맥락에 맞게 디자인한다.
브랜드는 모기업의 비즈니스와 비전, 해당 시장의 경쟁 구도와 트렌드 등 다양한 맥락 가운데 존재한다. 로고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브랜드가 처한 다양한 구도와 관계에 위배되지 않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경쟁 상황 속에서 차별화된 로고인지, 다른 브랜드나 비즈니스로 오인지될 소지는 없는지, 브랜드의 미래 비전에 맞는지 등과 같이 브랜드가 처한 다양한 환경을 고려하고 그 맥락에 맞는 디자인을 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디자인 아이데이션 이후에 맥락에 맞는 디자인 후보안을 걸러내는 스크리닝 작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