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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Dec 11. 2023

#10. 가츠와는 밥을, 찰스와는 술을

달과 6펜스(서머싯 몸) & 딱따구리와 비(오키타 슈이치)

보통 책과 영화를 함께 페어링 해서 읽고,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먼저 읽은 책이나 먼저 본 영화를 머리에 담아두고 다음 책과 영화를 접하게 된다.


'어떤 이유로 페어링 했을까'를 스스로 찾아내고 싶은 마음이랄까..

하지만, 이번에는 책을 반 넘게 읽어가면서 그런 생각은 접었다.


굳이 이 둘을 비교하자면,

가츠는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이었고,

찰스는 같이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이었다.


코이치는 가츠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스탭들의 도움으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마저 갖지 못한 채 시작했던 영화를 마무리하면서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지만

좋은 영화는 감독 혼자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인간은 모두 성장하지만

혼자서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찰스는 싸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속과 인습을 거부하며, 세상과 사람과의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를 싸패가 아닌 범인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관을 가진 '천재'의 모습으로 그려내고

무서울 정도의 '자기 확신' 역시 많이 낯설다.


하지만, 모두에겐 코이치와 같은 불안이 있지만

찰스만큼의 확신까지는 아니어도

모두 불안 속에서도 하나하나 결정하며 삶을 이어간다.


찰스의 인생이 예술가의 삶으로 더 어울릴지 몰라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조차 갖지 못하는 코이치에게 더 마음이 가고,


찰스와 같이 모든 세속적인 것을 내던진 예술가의 삶에서는 경외심이 느껴진다면

가츠와 같이 모든 세속의 짐을 이고 가는 인간에게는 존경심을 느낀다.


그래서 가츠와는 밥 한 끼를 하고 싶고,

찰스와는 술 한 잔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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