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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Dec 11. 2023

#12. 내가 지키려고 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중립?

진실의 조건(오사 빅포르스), 장면들(손석희) & 소셜딜레마,나이트크롤러

사실 어릴 때는 뉴스를 보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뉴스를 보며, 늘 불만이 가득해 보였고, 굳이 저런 불쾌한 감정을 유지하면서 왜 저 재미없는 뉴스를 한 시간 가까이 보고 있나 싶었으니깐...


그리고 처음으로 투표권이 생기는 나이가 되면서,

그리고 대학생은 뭔가 사회 돌아가는 것도 알아야 되지 않나 하는 막연함까지 곁들여지면서,

그리고 취업을 앞두고 나서는 경제신문까지 구독하면서,

조금씩 뉴스와 거리감을 좁혀가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구독하고 있는 신문이 보수성향인지 진보성향인지 조차 구분하지 못했고,

그저 많이 들어보고 구독률이 높은 신문을 보면서 공부하듯이 하나하나 읽었던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이렇게 누가 봐도 아저씨가 된 지금,

이전보다는 언론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뭐가 진실인지를 헷갈려하고 있었다.


내 수준에서는 예전에 JTBC에서 방영됐던 '썰전'이라는 프로그램만 한 것이 없었다.

배경지식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도표와 CG로 설명해 주니,

뉴스에서 막연하게 전달받던 메시지를 하나하나 곱씹을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 뒤로, 세월호를 비롯해 최순실 태블릿, 박근혜 탄핵 정국에 이르기까지

뉴스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환경이 조성되면서

살면서 가장 열심히 뉴스를 보던 시기 역시 함께 만들어졌다.


이 정도 나이가 되니깐, 그래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난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역시 함께 됐다.

그리고 알고리즘이라는 단어 하나에 숨어 포털사이트가 언론사 역할을 하는 과정까지 바라보며,

저자가 언급한 '포스트 트루스' 시대로 접어들어가는 모습을 내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음악서비스 회사에서 7년 가까이 재직하다 보니,

큐레이션, 알고리즘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너무 익숙한 단어였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취향존중"이라는 단어를 내가 파트너로 참여하는 클럽의 네이밍으로 결정한 것 역시,

개인의 취향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을 사라지게 만드는 알고리즘, 큐레이션 때문이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는 물론,

쇼핑몰, 포털까지 알고리즘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뉴진스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걸그룹 노래만 듣고 싶다는 뜻은 아닌데,

'알고리즘'이라는 이름 하에 무언가를 선택하면, 그와 관련된 취향으로 나를 몰아가는 것이 매우 불쾌했다.


그래서 이동진 평론가가 한 프로그램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많이 와닿았다.


“大 알고리즘의 시대" 우리의 취향이 도둑맞고 있다. 그래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고민이 많은 것 아닌가 싶어요.

톡이나 할까 - 이동진 편


그리고 또 하나...


나이를 먹으면 점점 더 일종의 구심력이 생겨서 관계나 취향이 좁아지게 마련이죠. 의도적으로라도 그걸 넓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정말 좁은 취향 속에만 살게 돼요.

톡이나 할까 - 이동진 편


그리고 마지막...


“취향의 비무장 지대”

취향에서 싸우려고 하면 안돼요.

취향이 평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싸우지 말자는 거죠.

취향에는 설득할 수 없는 측면이 있죠.

어떤 사람들이 ‘취향'이라고 말하는 것의 상당수는 교양이에요.

반대로 또 어떤 사람들이 ‘교양'이라고 말하는 의미의 상당은 사실 취향이죠.

이 두 가지를 섞어서 써요.


그런데 취향 자체를 권력으로 생각하는 힙스터가 있죠.

어떤 특정한 취향을 가진다고 해서 그 취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을 계급적으로 얕잡아보는 일군의 사람들 또, 그 깔아보는 맛으로 덕질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실제로는 본 조비를 좋아하면서 본 조비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허위의식을 가진 부류도 있고요.

또 자신이 최상위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뻐기고 싶어 하는 부류도 있죠.


그런데 진짜 훌륭한 향유자들은 에어 서플라이를 좋아하면 에어 서플라이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죠.

 HOT가 비틀스보다 위대하다고 말할 수는 없죠.

그렇지만 비틀스보다 HOT를 좋아할 수 있죠.


잡지사 인터뷰 중 일부 발췌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고, 파트너라는 역할을 하면서 최대한 중립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트레바리 멤버분들 모두 각자의 시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하지만, 트레바리가 아닌 곳에서도 결국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최대한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하던 습관은 하루이틀을 거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보니

"중립"이라는 말에 내가 숨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장면들'과 함께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절묘하게 파트너로 참여 중인 트레바리에서 선택된..) '진실의 조건'이라는 책을 함께 읽으면서 하게 됐다.


모두가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옳고 그름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존재해야 한다.

중립적이라는 말에 숨어서 편안한 길에만 서있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 진실, 견해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자극적인 뉴스와 가십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팩트와 진실을 가려낼 줄 아는 노력이 함께 해야 한다.

'기자다움'이 아닌 '내 편다움'이 더 환영받는 시대에 사는 지금,


따지고 보면, 포스트 트루스가 아니었던 적이 있기는 한가.. 싶으면서도

지금처럼 포스트 트루스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었던 적이 있을까라고 질문을 바꿔보면

이에 대한 경계심은 모두 갖고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나 역시,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립적인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팩트와 거짓 사이에서 어떤 것이 객관적인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독후감 마무리는 '장면들'과 함께 읽어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진실의 조건' 중 한 문장으로 끝맺으려고 한다.



두 극단적 입장이 존재한다고 해서 진실이 '중간 어디쯤'에 있을 것이라고 믿을 근거는 없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진실은 기후학자와 기후 변화 부정론자들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홍역 백신이 자폐를 유발하는지에 관한 진실은 백신 연구원과 이를 걱정하는 부모 사이에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IS 같은) 종교적 극단주의 운동에 관한 진실은 그 집단의 웹사이트와 그들의 비판자들 사이에 있지 않다.


진실의 조건, 오사 빅포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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