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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Dec 11. 2023

#16. 결국 인간

싯다르타(헤르만 헤세) & 두 교황(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모태신앙으로 태어났고, 유아세례도 받았고, (군대였지만) 나름 성인이 된 뒤에도 세례를 받은 바 있다.

'죽음'이라는 것을 처음 인지한 뒤로, 죽은 뒤에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면서 종교가 그 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바람과는 달리, 그 답을 종교에서는 찾지 못했고

그럼에도 최소한 어머니가 믿는 종교라는 점과 '종교'역시 내 삶 속으로 어떻게 가져오냐에 따라 충분히 긍정적인 결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여전히 어머니와 함께 교회 갈 기회가 되면 마다하지는 않는 수준으로 정리됐다.


사실 기독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는 이 사회의 모든 집단이 그렇듯

인간이 모이면 모일 수록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썩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이렇게 좋은 것이니, 나만 알 수는 없고 그래서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 좋은 것을 알리려는 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좋은 것이 타인에게 좋은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것인데

폭력적인 행태로 강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니 요즘 사람들에게 종교에 대한 반발심도 이해하지 못할 일 역시 아니었다.


그리고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정치만큼이나 민감하다 보니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기 좋은 주제가 아니라는 인식도 강한 편이다.


그래서 특정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는 아니겠지만, '종교' 그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 역시 소중하지 않나 생각했다.


일단, 싯다르타의 경우, 언제 처음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리틀 부다'라는 영화를 통해 싯다르타에 대한 첫 이미지가 만들어졌었다.

그렇게 오래전에 봤던 영화였던데도 불구하고, 그 이미지가 아직도 꽤 많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동명이인일 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헤르만 헤세가 그린 '싯다르타'는 너무 낯설었다.


그 나름의 고행의 길을 걷고 온갖 일을 겪어가는 그의 이야기가 배부른 소리처럼 느껴진 것은 왜일까


내 나름의 이미지가 박혀있던 싯다르타에게는 내가 호감을 갖지 못한 반면,

두 교황 속 두 인물에게는 '사람'이 보여서 좋았다.


싯다르타가 자기를 초월하고 싶어, 그 목표에 다다른 모습이 내게는 더 낯설었고, 그래서 더 거리감이 느껴졌다면

성인이라 불리는 두 교황 속 두 인물은 내가 그동안 알지 못한 모습들이 내게는 더 친숙했고,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졌다.


결국 종교를 통해, 인간 그 너머를 바라보려고 하지만

난 인간 그 너머보다는 인간 그 자체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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