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장과 노조위원장의 관계

공공기관 경영실패 모습

사장과 노조는 대립 관계를 갖는다. 사장은 회사를 대신하여 인적 자원인 직원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조직을 위한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고, 직원은 입금과 복지로 생활해야 하므로 자신을 위한 최대한의 대가를 요구한다. 조직을 대신하는 사장과 개별 직원의 협상력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만든다. 그런데 사장이나 노조위원장이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면 대리인 비용이 발생하면서 조직은 실패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사기업에 비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낙하산 사장에 의한 대리인 비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 낙하산 사장의 부적절한 행태가 있을 경우 가장 빨리 알아채고 견제할 수 있는 자는 노조 위원장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사장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회사의 입장에서 바람직하지만 노조 위원장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다. 그래서 노조 위원장에게 사리사욕의 의도가 있을 경우 쉽게 부적절한 협력관계가 형성될 수 있게 된다. 


한편, 우리 사회는 노사 대립관계를 넘어 협력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노사협의회가 법적으로 제도화되어 있고, 노동이사제(노동자를 대표하는 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가 일부 공공기관에서 도입되고 있다. 아마도 조만간 공공기관 중심으로 독일의 노사공동결정권 제도와 같은 형태의 노조의 경영참여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노사 협력관계는 노사 대립관계에서 시작해서 Win-Win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경우 처음부터 노사 대립관계는 심각하지 않다. 예컨대 공공기관 노조의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보면 직원의 근로조건 침해를 전제로 하지 않으며, 오히려 주주들이 고민해야 할 “비전문가의 낙하산 임명으로 조직의 지속성장을 위태롭게 만든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물론 반대를 위한 반대인 경우도 많아서 낙하산 사장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투쟁을 중단하면서 위로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공공기관의 노사관계는 일반 사기업의 그것과 다른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공공기관의 경우 사기업과 달리 사장에 의한 대리인 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노조의 역할이 가능하다. 나아가 공공기관의 설립목적에 부응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가치제공(Value Proposition) 개선을 통해 지속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공공기관의 상황에 따라서는 올바는 노사관계 정립을 노조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사장과 노조위원장의 관계를 4개의 유형으로 나눠보면,

(1) 사장과 노조 모두 조직의 성공(가치제공을 통한 설립목적 달성 및 지속성장)을 지향할 경우,

(2) 사장은 조직의 성공을 지향하지만 노조는 사리사욕을 탐할 경우,

(3) 사장이 사리사욕을 탐하지만 노조는 조직의 성공을 지향하는 경우,

(4) 사장과 노조 모두 사리사욕을 탐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 

    

(1)의 경우 노사는 긍정적인 협력과 시너지 관계가 된다. 반면 (4)의 경우 부정적인 협력 관계가 된다. 그 결과 이른바 방만과 적폐의 공공기관이 될 것이다. 한편 (2)와 (3)의 경우는 현실적으로 발생되지 않는다. 사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의 경우는 사장 또는 노조는 상호 견제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일방이 도덕적 문제가 있을 경우 그것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제거되기 때문에 갈등으로 전개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만약 어떤 공공기관이 방만과 적폐로 비난받는다면 아마도 (4)의 경우일 것이다. 


공공기관의 노사관계에서 만약 다음과 같은 사례가 생긴다면 그것은 노사 간의 부정적 협력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낙하산 사장의 취임에 앞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 힘겨루기를 한 뒤에 위로금을 요구하는 사례다. 조직의 지속성장을 위한 전문가 선임을 요구하면서 투쟁을 한 것이라면, 형식적인 사장의 역량을 검증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노사협의회를 확대, 강화해서 실질적으로 독일의 노사공동결정권 제도를 지향하는 노조의 경영참여 시스템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낙하산 사장의 역량을 의심했으면서도 취임 이후에는 "사장의 경영권 혹은 인사권은 존중한다"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노조라면 뭔가 부적절한 관계인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둘째는 법적으로 제도화되어 있는 노사협의회를 공개하지 않거나 혹은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다. 노사협의회는 노사 협력관계를 위해 법에서 제도화한 것이다. 그리고 사기업에 비해 설립목적과 미션이 명확하고 사업영역과 업의 본질이 분명한 공공기관의 경우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사 협력으로 시너지 성과를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제도화된 노사협의회가 없다고 하더라도 낙하산 사장이 지혜롭다면 직원들의 참여 혹은 제안이 올바른 경영을 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노사협의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거나 혹은 안건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고 결과를 사후에 공개하지 않는다면 뭔가 부적절한 경영을 노조에서 용인하는 것으로 충분히 의심받을 수 있다. 또한 공공기관 노조에서 노사협의회를 내실 있게 혹은 공개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서 노동이사제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으로 보인다.


셋째,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노조의 부적절한 개입이다. 인사는 인사권자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이다. 그래서 사장의 인사권에 대해 노조가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비윤리적이다. 그 결과 사리사욕을 탐하는 사장이라면 인사권을 수단으로 삼을 것이다. 예컨대 스스로 능력이 부족함을 아는 직원이라면 충성심을 보여서 승진을 노릴 것이 인지상정이고, 직원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면 사장의 인사권은 사리사욕을 위한 수단으로 매우 유용하다. 그래서 공공기관의 낙하산 사장의 경우 혁신을 위한 파격적인 인사가 불가피함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부적절한 인사권을 자행할 여지가 생긴다. 그런데 낙하산 사장의 독단적인 인사권은 정당할 경우에도 내부에서 잡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노사 간의 사전 협의를 거치게 된다. 이때 노조 위원장이 취할 수 있는 입장은 문제를 제기하거나 혹은 눈을 감는 대신 자신의 이익을 요구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위인설관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조직개편을 하기도 한다. 그것이 올바른지 혹은 불가피한 것인지 여부는 직원들이 잘 안다. 나아가 정당하다면 미리 사전에 공개하고 직원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문제 될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장의 결정이 번복되는 것은 권위의 손상이 아니다. 물론 사장이 결과에 대한 무한 책임(내부 잡음 발생을 포함)을 진다면 독단적으로 혹은 밀실 인사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임기 3년의 낙하산 사장이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질 수 있겠는가? 이렇게 부적절한 인사를 3년 내지 6년 정도 지속하면 적재적소는 고사하고 역량이 뛰어난 직원이 직책자로 선발되지도 않는다. 그 결과 역량이 없는 직책자들이 가득하면 구조적으로 성과 저해자인 부서장과 방만한 임원이 선발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노조 위원장의 사리사욕이 개입되기 때문에 완화 혹은 해결 가능성 없다는 것이다. 노조가 제도적으로 역량 중심의 선발 혹은 적재적소라는 올바른 인사를 견지할 수 있는 방안은 많다. 예컨대 앞서 설명한 노사협의회에서 인사나 조직 관련 이슈를 논의할 수 있고, 나아가 사기업이 도입하고 있는 CDP와 대체도와 승계계획 같은 것들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은 사실 공공기관에 훨씬 적합하다.


만약 노조는 경영권에 개입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직원의 문제 제기를 거부하거나 혹은 일부 직원들이 노조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것이 승진을 위한 방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면 노조와 사장의 부적절한 관계는 의심받을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상명하복을 넘는 간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