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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영 Jun 11. 2021

<책,이게 뭐라고>



<책,이게 뭐라고> - 장강명 지음, 아르테 펴냄, 2020 







박근혜 최순실 이슈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었던 

2016년 12월 

작가 장강명은 한 팟캐스트로부터 

출연 요청을 받게 된다. 

모든 이슈를 다 빨아들이던 

블랙홀 같던 시절이라 그랬는지

책을 알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다면 

뭐라도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책 이게 뭐라고>라는 팟캐스트에 출연하는데 

그 팟캐의 시즌 2 때는 진행자로 

참여하기까지 하게 된다. 

독서는 아주 사적인 행위라고 여겨서 

독서모임조차도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이 작가는

여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실제적으로 국제 도서전 같은 행사도 

참여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 책과 책을 읽는 사람들의 작은 공동체, 그리고 글로 먹고 살 수 있는가 하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생각해 오던 것들을 에세이로 펴낸 것. 

나오는 내용들이 현학적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지는 뜬구름 잡는 소리들이 아니라 

실제로 경험하면서 느끼는 것들, 생각해 온 것들을 다양한 사례와 같이 풀어냈는데 

이런 구체성이 강한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실제로 매우 잘 읽히기도 한다. 그의 다른 책들이 그러하듯.) 




작가가 팟캐스트 활동을 하면서

첫 번째로 깨달은 것은 

세상에는 말하고 듣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고

읽고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하고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예의가 필요하고 

읽고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윤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예의는 감성의 영역이기 때문에 우리는 무례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 감수성을 키워야 하고(p.55)

윤리는 이성의 영역이기 때문에 비윤리적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비판의식을 키워야 한다고. 

정치적 올바름을 둘러싼 논란의 상당수는 

예의와 윤리를 혼동하는 것에서 온다고 했는데

그동안 pc에 대해서 대단히 애매한 느낌이었는데 명쾌하게 잘 정리를 해 준 것 같았고,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책의 대부분이 다 좋았고, 크게 공감하면서 단숨에 다 읽을 수 있었지만 그 내용을 줄줄이 다 쓰면 이 책을 새롭게 읽는 분들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이니까. 자중하도록 해야겠지만 몇 가지 인상깊었던 건 이야기하고 싶다.  독서토론 모임의 비싼 회비가 알고 보니 어느 모임에나 존재하면서 소위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들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이나 그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공동체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할 수 없다는 일갈이 꽤나 인상 깊었다. 중요한 것은 어느 공동체가 개인을 배제하느냐 그 문제가 아니라 그 배제에 원칙이 있는지 그 원칙이 우리가 믿는 보편 윤리와 인권의식에 부합하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  특히 동물권에 관한 부분도 날카로웠는데 저자 자신이 누구보다 개를 사랑하고 동물 학대에 반대하지만 책 뒤표지에 적힌 대로 "동물이 대접받는 나라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그 구호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의 순서를 고의적으로 흐리며,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세계 최초로 동물법을 만든 나라는 나치 독일이었고, 히틀러는 평생 개를 아낀 채식주의자였다며  이는, 단순히 불쾌한 우연이 아니라 공감이 윤리의 지침이 되기에 얼마나 부적절한지를 웅변하는 강력한 증거(p.191)라면서. 




제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부분은 "읽고 쓰는 행위에 대한 고찰"이었다. 많은 사람들이나 작가들이 읽고 쓰는 행위가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문학책을 읽는 행위가 좋은 사람이 되는 일과 그렇게 겹친다고는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왜냐면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이다.많은 사람들이 읽고 쓰는 행위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찬양고무하는 분위기이기 때문.) 여기서는 책벌레였던 인간 백정들 몇몇(이 표현이 너무 웃겨서 읽다가 정말 말 그대로 빵 터졌다) 을 소개하면서 히틀러가 하루에 500페이지씩 읽던 1만 6천 권이나 소장하던 애서가라는 점, 마오쩌둥이 유명한 독서가라 그의 독서 편력을 다룬 분석서까지 나왔다는 점, 스탈린 또한 독서광이자 시인이라는 걸 조목조목 예를 들어가며  책을 읽는 행위가 사실 아무것도 실제로 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좋은 인간임을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도피처가 돼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는 문장을 읽었을 땐, 정말 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꽤나 많음). 




나 또한 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아이들에게도 책을 신경 써서 읽히는 편에 속한다고 믿고 있지만 책만이 인생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본인들 취향을 찾아가는 길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정도일 것이고  수백수천 권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해 본적도 없다. 그런데 실제로 일선에서 글을 쓰고 편집을 하면서 책을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끝없이 책의 미래와 독서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회의하는데 말이다. 정말 책 육아 어쩌고 하면서 책만 줄곧 읽히면,  공부, 학습부터 인성까지 한끝에 만사 오케이라는 진짜 헉 소리 나오는 주장으로 책도 내고 강연도 하니  참 이걸 뭐라 해야 할지....  어쩌다 떠올라 오늘은 무슨 빻은 소리를 하셨나 하고 찾아가 들어가 보면 조회수가 몇 천에 공감수가 몇 백에...정말 그럴 때마다 너무나도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한 가지로 육아가 다 되는 비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진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빌런들이 책을 안 읽어서 저렇겠나?? 하룻밤 뉴스만 봐도 알 일을... 허허 거참.. 하다가도 세상이 어렵고 거기서 아이 키우는 게 너무 어렵다 보니 사람들이 제대로 된 해법을 찾기를 포기하고 한방이면 해결해 준다는 가짜를 찾아다니는 것이겠지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웃기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하고 저자가 의문을 품는 지점에 같이 공감하기도 하다 보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에 와 있을 만큼 가독성이 좋은데 마지막 챕터는 조금 슬프기도 했다. 책의 미래에 대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무슨 큰 위안과 용기를  주는 것도 아니고 책 읽는 너는 생각보다 별로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도 읽다 보면 이 작가가 너무나 글을, 소설을, 책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결국 약간 코끝이 찡해지는 그런 느낌이라서. 





길고 복잡한 언어가 지배하는 세상이 두렵지 않다고, 그 세상에서 육신을 벗고 언어의 일부가 되고 싶다(p.310)고 고백하는 작가님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이제는 아프지 마시고 좋아하는 소설 많이 많이 쓰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가 작가님 책 거의 다 읽었는데요. 앞으로 나올 책은 더 재미있을 거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블랙달리아 분석하시면서 깨달은 영업비밀은 두 개로 끝내지 말고 한 두어개만 더 풀어주십쇼. 참참참 그 무례한 문학평론가 A의 본명은 어디가면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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