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태기다.
브런치 권태기.
인스타그램 권태기라는 말을 쓰던데 그렇다면 나는 브태기인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새벽에 잠 안 자고 글을 쓰던 내가 브런치를 한 번 놓기 시작하더니 통 글을 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저장글에는 수십 개가 있으니까. 다만 글을 완성(?) 완성이라는 표현은 그렇고 종료라 부르는 편이 낫겠다. 글을 쓰고 종료시키는 법이 없었다. 오늘도 지난주 스키장 다녀온 주제를 가지고 글을 종료시키려 했더니 이게 웬걸. 갑자기 앱이 멈추었고, 내가 수정한 글은 날아갔다. 브태기에서 헤어 나오려 했던 나의 수고가 산산조각 난 것이다. 사실 나의 권태기는 비단 브런치뿐만이 아니다. 발레도 그렇고 첼로도 그렇다. 권태란 비단 하나에서만 오는 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후지고 읽기 싫고 어쩌면 나중에 읽었을 때 자다가 하이킥을 할 수 있는 글이라도 써서 얼른 권태에서 빠져나오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치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
라는 심훈의 절절하고 절실한 감정은 아닐지언정 ‘역시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끈기다 ‘ 정도는 외칠 수 있을 텐데. 누가 좀 브태기에서 헤어 나오는 법을 알려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