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어머님, 3년 남았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마치 뒤통수를 쎄게 맞은 듯 한 한마디



아이를 키우는 9년간 항상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했다.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이 맞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혹시나 나의 양육방식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는지..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주변 누군가에게 육아 조언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책과 심리상담센터를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다. 


특히 아이가 자라는 동안 심리상담센터를 자주 갔다. 누군가의 권유가 아닌 나의 선택으로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 들렸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렇게 매년, 혹은 2년에 한번씩은 심리상담센터에 가서 양육코칭이나 아이 심리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오니 아이는 벌써 초등학생이다. 




아이들은 각자의 성향과 기질들, 그리고 양육환경에 따라 어떠한 부분이 풍족할지라도 어떠한 부분은 반드시 결핍된다. 풍족한 부분은 밸런스를 잘 유지하면서 결핍된 부분을 채워주려 갔던 어느 날, 처음 만났던 심리상담 선생님께서 말을 꺼내셨다. 


"어머님, 우리 아이 3년 남았어요." 


그 말은 즉슨, 아이가 지금은 초등학생 저학년이라 엄마의 손길이 무조건적으로 필요하지만 3년 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게 될 때 엄마가 우선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또한 상황이 부정적으로 진행 될 경우, 아이가 사춘기가 오면 가족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여주셨다. 그러니 남은 3년동안 가족관계를 더더욱 잘 쌓아야한다고. 그 말을 들은 나는 마치 누군가 뒤통수를 쎄게 때린 느낌이 들었다. 


심리상담센터를 나와서 한참동안 우리 가족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혼자서 아이를 낳고 지켜온 이 순간들.. 어디가서 부모가 한명이라서 부족하다는 소리 듣게하지 못하려고 임신했을때부터 육아서적을 뜯어먹었던 그 시간들, 그리고 한부모가장이라고 해서 가난할것이라는 편견을 깨고싶어 오기로 이악물고 돈을 불려왔던 이 모든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의 쉬는시간.




양육자와 가장의 역할을 모두 해내기란 쉽지 않다. 둘 중 한 곳이 결핍되거나 둘 다 결핍되거나 항상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죄인처럼 고개푹숙이고 살지는 말자' 생각했다. 


아직 3년이 남았으니까. 결국 3년 후 우리 가족의 모습을 좌우하는 것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나니까. 만약 내가 아닌 타인에 의해 혹은 상황에 의해 좌우된다면 너무나 답답했을텐데 내 자신이 선택할 수 있음에 참 다행이다. 


아이는 엄마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엄마는 그 사랑에 힘을 입어 더 더욱 열심히 살았다. 아무리 바쁘고 각박한 삶이어도, 이만큼이나 행복한 일을 매일같이 겪는 사람은 또 어디있을까. 너무 달리지 말자. 아이가 자라는 그 속도에 맞춰서 때로는 함께 달리기도 하고, 또 때로는 천천히 걷다가 잠시 둘이 앉아 쉬기도 하자 싶었다. 


충격적인 말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것은 이렇게 달려온 덕분에 이제는 집에서 아이를 보면서도 쓰리잡을 할 수 있다는 사실과, 누구보다 똘똘하고 지혜롭게 자라나는 우리 아이의 현재와, 어쩌면 지치고 힘들 수 있는 상황에도 이렇게 감사할 수 있다는 나 자신을 보면서 또 다시 위로를 하고 툭툭 털고 일어난다. 


나를 가장 잘 알고, 나에게 위기가 찾아왔을 때 가장 잘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 그리고 가족이다. 오늘도 나는 짱짱이 덕분에 또 성장한다. 


엄마만 가질 수 있는 특혜란 이런건가봐



작가의 이전글 돈이 필요하다는 건 사실핑계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