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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실장 Feb 08. 2021

달러구트 꿈 백화점

2021_03 (열여덟 번째 서평)

겨울 방학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몇 개월째 집에서 뛰어놀고 있는 두 아들 녀석들에겐 공식적으로 더 뛰어놀 수 있는 기간이다. 하루 종일 게임이나 영상을 뒤적뒤적하다가, 조그만 녀석들의 에너지가 축적이 될 때면, 어김없이 거실을 뛰어다니며 거침없는 전투놀이가 시작이 되는 녀석들. 오늘도 1층으로 이사 오기를 잘했다는 셀프칭찬을 하며 쉬고 있는 타임도 잠깐, 날아오는 거친 주먹과 발차기에 아빠는 다시 포켓몬으로 진화를 한다. 

하루 종일 뛴 아이들은 늘 "많이 못 놀았어~"라고 얘기하며 잠들기를 거부하지만, 잠자는 시간만큼은 냉정하기로 정한 엄마, 아빠의 강요에 마지못해 누워 눈을 꿈뻑꿈뻑한다. 좋아하는 로봇 캐릭터나 포켓몬 만화에 나온 피카츄 같은 녀석과 함께 놀기를 꿈꾸며.. 

그렇게 그 녀석들은 잠이 든다.


누구나 잠들기 전에, 꾸고 싶은 꿈을 상상한다. 아이들이 만화 캐릭터와 시간을 보내는 꿈을 그리듯, 어른들도 원하는 꿈을 그린다. 세속적이지만, 나 역시 가끔.. 아니 자주 로또가 된다는 상황이라던가 혹은 에로틱하고 야한 상상을 하며 잠에 들 때도 있다. 



여기 원하는 꿈을 구매해서 꿈꿀 수 있는 곳이 있다. 

잠들어야만 입장이 가능한 곳. '달러구트 꿈 백화점'

원하는 꿈을 살 수 있는 그곳은, 우리가 상상하는 다양한 꿈의 종류가 진열되어 있다. 슈퍼히어로가 되어 악을 물리칠 수도 있고, 새가 되어 하늘을 날 수도 있다.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볼 수도 있고, 멋진 풍경이 가득한 휴양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잠이 들지 않을 때는 잠이 잘 오게 도와주는 캔디와 함께, '차분함' 한 스푼을 따뜻한 차에 넣어 마실 수도 있고, 수면에 필요한 잠옷이나 양말을 챙겨주는 재밌고 귀여운 생명체도 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그런 기묘하고, 비밀스럽고, 가슴 따뜻한 꿈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곳이다. 





책을 집필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어떻게 글을 잘 써야 할지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이다.  




처음 책을 펼치면서, 처음 몇 장을 읽고 들었던 생각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지?"였다. 

이야기 소재가 무척이나 신선했다. 처음에 와이프가 개(?) 아들들의 틈 속에서 짬이 날 때마다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보고 "그 책 재밌어?"라고 단순 호기심을 가졌던 것이 전부였으나,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놀라웠고, 신기했다. 다양한 꿈을 판매하는 꿈 백화점의 설정부터, 구매한 꿈의 비용을 '설렘'이나 '자신감'같은 감정의 가치로 지불하고, 꿈을 제작하는 꿈 제작자들의 설정을 '산타클로스'와 '예지몽(태몽)'등에 연결시키는 설정 등은 정말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서 이야기된 '5세 아이를 잃은 부모의 꿈'부분에서는 울컥하여 눈물을 흘릴 뻔도 했다. 고작 한 페이지의 내용으로 아빠 사람을 울릴 뻔하다니.. 


초판을 인쇄한 지 6개월 만에 230쇄를 뽑은 저력은 단순 '행운'은 아니었으리라. 성인 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동화와 청소년 소설 시장에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판타지 소설이 나온 것 같다. 처음 제목과 표지를 봤을 때, 히가시노 게이고를 떠올렸었다. (그러고 보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책 표지도 비슷한 느낌이다.) 한국의 '조앤 롤링'이라고 인터넷에서 칭하는 것을 봤는데, 난 '조앤 롤링'보다는 '한국의 히가시노'라고 부르고 싶다. 


첫 소설에 밀리언셀러를 만든 이미예 작가. 공모전 같은 정규코스를 밟은 것도 아니고, 문창과나 인문계를 나온 것도 아니라고 하니 더 놀라울 따름이다. '글을 어떻게 잘 쓰느냐보다, 어떤 이야기를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라는 말이 가리키는 방향을 알 것도 같다. 앞으로 또 어떠한 얘기를 다룰지는 모르지만,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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