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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윤 Feb 11. 2023

성전세

마사쵸 (Masaccio)

피렌체는 15세기 초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이 개화한 거점으로 유명한 미술의 도시이다. 13세기에는 일개 지방도시에 불과하였으나 14세기에 들어서자 위대한 미술의 거장 지옷토의 출현에 이어 15세기의 천재 화가 마사쵸 (Masaccio; 1401-14728)의 등장으로 피렌체는 일거 미술혁신의 도시로서 그 지위를 높였다. 

일찍부터 근세적인 공화체제를 갖춘 피렌체는 경제적으로 부강하여 교회나 공공건축의 축조와 장식이 성행하였다. 시민들은 미술가의 활동에 열광하고, 유력한 상인과 동업조합에서는 미술가를 적극 지원 하였으므로 피렌체를 무대로 활약하는 미술가들이 타 지역까지 퍼져나갔다. 따라서 중세적 신앙의 환경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적인 방향에서 미술가들은 자연과 현실을 접하게 되었다. 피렌체의 미술가들은 합리 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로 열심히 고대 작품을 연구하고, 또한 면밀히 묘사대상을 관찰하였으며 인체의 해부학적인 파악은 물론, 빛과 그림자의 광학적 추구에 이어서 공간에 관한 기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원근법의 시도 등에 역점을 두어 활발히 작품활동을 벌였다.  이런 노력으로 얻어진 르네상스 공통적 회화의 특색을 한마디로 현실적인 자연을 보는 눈에 의한 공간묘사와 인체의 해부학적 표현에서 찾을 수 있다.


평평한 화면에 깊이 있는 공간을 형성시킴으로써 중세적인 특징인 상징적 공간이 아닌 우리 시각에 실제 하는 공간 감각을 느끼게 하고, 또한 화면에 그려져 있는 인간들은 해부학적인 지식을 토대로 빛과 그림자, 그리고 색채와 더불어 보다 유기적이고 구조적인 인간상을 입체적인 조형성을 강조하여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연관성에 의해 원근법의 적용이며, 이에 따른 투시도법에 의한 공간설정과 형태에 대한 축소법의 정확한 형성을 들 수 있다. 한편 주목되는 것은 미술가가 종교의 예속에서 벗어나 주관에 의하여 창조의 길이 열 리고, 사회적 지위도 향상되었으나 회화의 주제는 여전히 종교적인 내용이 지배적이었다. 이것은 15세기 르네상스 피렌체 회화의 최초의 군상(群像)이기도 한 마사쵸의 작품 <성전세>가 여실히 입증해 주고 있다.


성전세 (마사쵸, 1428)

1428년 제작된 <성전세>는 <낙원추방>과 더불어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 내의 브란카치 예배당의 프레스코 벽화 가운데 가장 뛰어난 걸작이다.


이 작품은 신약성서 (마 17;24-27)의 내용을 이야기의 연속묘사방법에 의해서 그린 것으로서, 동일화된 공간 속에 공기와 명암과 색채의 효과를 나타낸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유기적인 간격을 사이에 두고 장엄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화면 중앙은 그리스도와 사도 일행이 가버나움에 이르니 세리가 반세겔 (성전세로 바치는 금액)을 낼 것을 요구하는 장면으로,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에게 지시하시며 “나 와 너를 위하여 물고기를 잡으라, 세리에게 줄 한 세겔이 처음 잡은 고기 입속에 들어 있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여기서 베드로는 그리스도의 의지를 대행하는 자로서, 그의 동작을 반복하고, 화면 왼쪽 끝의 원경(遠鏡)에서 주신 말씀 따라 물고기로부터 한 세겔을 꺼내며, 또다시 화면 오른쪽에서 그것을 세리에게 넘겨주고 있는 모습이다.  베드로의 3가지 동작은 전체의 통일적인 공간 가운데 동시에 3인의 인물로 동작하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그리고 화면의 넓은 공간과 균형을 생각게하는 원근법의 중심점에 그리스도께서 서 계신다.


엄밀히 살펴서 그리스도의 머리 배후의 건물에서부터 그려진 원근법상의 주요 소실점이 되고 있음을 감상자로 하여금 상상케 하고 있다. 한편 건물 방향에서 경사진 광선과 그림자가 풍경의 미묘한 색조 변화와 곁들여 공간 속에 공기가 흐르는 원근법을 채택함으로써 전 화면 속에 대군상의 동작들이 한결 간명하게 보인다.

 

특히 등장한 인물들은 차분히 물결치는듯한 의복과 강조된 몸짓에 의해 진정한 인간성을 부여하고 있다. 지옷토의 인물이 외부의 자극에 의하여 움직여져 그 자리에 나란히 선 것처럼 보이는데 대하여 마사쵸의 인물은 자기 의지로 서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적인 인간성을 생각게하는 박진감을 그리스도의 힘찬 눈길과 몸짓에서 살아계신 성자의 위엄만으로도 충분하다. 이것이 마사쵸가 의도한 성화의 정점일 것이다. 마사쵸는 젊은 나이로 요절했기 때문에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하였으나 그의 새로 운 시각적인 조형원리의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제시는 그 후 그의 추종자인 피렌체 화 파에 의해 르네상스 회화의 주류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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