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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티 Aug 10. 2020

장롱에서 꺼낸 운전 면허증

운전대를 잡기로 결심하다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왔다. 미리 세운 계획들 중에는 운전 연습을 하는 것이 있었다.

옛날에 수능을  치르고 해방감과 함께  방학을 갖게 되었을 , 주위에서 면허를 지금 따놔야 된다 말이 들려왔다. 친구들과 운전 학원에 등록하고 한 번의 도로주행 재수를 거쳐 면허증을 받았다. 그러나 면허증은 대학교에 나와 함께 가지 못하고 고향집의 고등학교 시절의 물건들 사이로 역주행해버렸다.


면허증이란 것은 운전을   있는 자격을 가졌다는 증명지만, 나는 섣불리 운전대를 잡을  없었다. 초보 운전자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으로 인한 불안함과 나만 운전을 잘한다 하더라도 막을  없는 교통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 20 중반이지만 친구들을 만나도 다들 면허증은 있는데 차를  자신은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운전대를 멀리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커져왔다. 내가 지방이나 시골에 살았다면  일찍 운전에 뛰어들어 핸들을 잡았을 것이다. 혹시 모를 상황들에 대비해서 운전하는 법을 잊지 않도록 다시 일깨우고 . 나는 매번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했다.


매번 피하기만 하던 딸내미의 운전 도전 계획을 들은 아버지는 두 팔 벌려 환영하셨다. 곧바로 일주일치의 운전보험을 가입시키 운전 연수 선생님을 자청하신 것이다. 의욕 태우 아버지를 조수석에 앉히고 나는 일주일  내 고향 삼천포에서 운전을 연습했다. 다행인 것은 삼천포만큼 운전 연습하기 좋은 곳이 없다는 엄마의 말처럼, 도로에 차가 그렇게 많지 았다.

내가 운전하는 차는 동네 도서관, 수영장, 사천읍 체육관, 통영까지 이르게 된다. 통영까지 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것은 전적으로 나를 붙잡아주고 길을 알려준 조수석의 목소리 덕분이다. 내가 속도를 너무 내는 것 같거나, 차선 변경이 미숙하거나, 교차로 진입에 눈치를 너무 보는 것 같으면 아버지는 미덥고 든든한 목소리로 조언해주었다.


내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순간은 교차로에서 양 방향에서 오는 차들 사이의 간격을 가늠해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다. 차들이 쌩쌩 지나가고 한순간 좋은 진입 타이밍을 놓쳐 전전긍긍해하면, 아버지는 “초보는 기다리는 게 맞다. 신호 때문에 차들이 멈추면 가면 된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차들의 속도가 비교적 느린 동네 교차로에서는 “앞머리부터 슬슬 넣어봐.”라는 조언이 딱 맞았다.


도로에는 법정제한속도를 지키지 않는 차들이 굉장히 많았다. 숫자 50이 쓰인 빨간 외곽선의 둥근 표지판을 보고 그 속도에 맞추어 달리다 보면 어느새 앞 차와의 간격은 멀어지고 백미러에는 뒤차가 어느새 꽁무니까지 따라와 있었다. 그러다 보면 뒤차가 답답해하는 기색이 느껴지는 듯해서 내 마음도 따라 조급해지는 것이다.   


아버지가 조수석에서 늘 해주어 머릿속에 카세트테이프로 돌돌 감긴 말들은 이런 것들이 있다. 



“멀리 보고 달려.”



“뒤는 신경 쓰지 마. 내 길만 달려. 네가 늦게 달려도 다들 자기 알아서 간다.”



“천천히 가도 돼. 사고 나는 건 운전을 못해서가 아니라 빨리 가려는 욕심 때문이야.
가속해도 나중에 도착해서 보면 10분 차이야.”  




아버지의 말들이 운전대를 잡은 나의 오른쪽 귀로 들려오면, 그것은 운전에 대한 조언뿐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조언으로 들렸다.


운전대를 잡아보니 여태 아버지가 우리를 태우고 운전해온 시간 동안 느꼈을 책임감과 피로가 선명히 밀려왔다. 이전에 마지못해 한두 번씩 운전대를 잡던 때는 이렇게 생생히 느끼지 못한 감정들이었다. 이제는 내가 운전대를 잡아볼 차례라고 마주해본다. 앞으로 부모님을 태우고, 친구들을 태우고, 내 삶에 소중한 사람들을 태우고 함께 이곳저곳 많이 다닐 테다. 언젠가 운전대를 자주 잡는 사람이 나로 옮겨질 때도 오겠지.


언젠가 내가 운전에 능숙한 나이가 되더라도, 조수석의 목소리가 흩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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