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건 나일까 남일까
가슴이 뜨거웠던 때를 기억한다
대학 합격 명단을 마주하기 전
신입사원이 되어 선배들 앞에
재롱을 피우던 순간
13년 전
붉은 티 입고 호프집에서
대한민국을 목놓아 외치며
울고 웃고 땀에 젖던 여름
응원하던 야구팀이 역전패하면
식음을 전폐하고 서럽게 울었고
부조리한 윗사람을 뉴스로 접하는 날이면
정말 그야말로 격분했었다
그러는 새 세상은 바뀌었고
나 역시 나이가 들었다
열정이 식을 때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감정을 쏟아낼 상대가
예전만큼 없어진 듯도하다
다들 각자도생이고
공론의 장은 없다
드라마마저 개연성을 포기하고
공감대없는
자극적인 게임으로 쾌락을 향한다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감정을 표출하는 능력도 퇴화한다
좋아요와 하트, 구독은
수치화된 리액션이다
예전에 받아봤던
진정성있는 찐반응과는
분명
많이 다르다
가슴이 뜨거울 때 받아본 반응같은
여운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