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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진기행 Jul 04. 2021

눈 한번 질끈 감기

저녁 8시 홍대 앞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예전 같지 않은 한산한 거리

백발에 검게 그을린 얼굴

고단에 찌든 고령의 택시기사는

기약 없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차한 택시 뒤에

외제차 한 대가 급정거를 한다

요령껏 방향을 틀어 앞서갈 수 있음에도

경적을 길게 요란히 울린다

물론 택시 정차구역은 아니었으나

저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을 때쯤

그 차는 신경질적으로 택시를 추월하며

택시기사에게 귀를 의심케 하는 욕설을 내뱉고는

쌩하니 앞서간다

얼핏 보아도 20대

많아도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아들뻘이다


나이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너는 안 늙냐?' '어르신을 공경해야지' 등의

맹목적이고 고리타분한 가르침을

개인적으로 그닥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이를 무기로 무작정 관용을 요구하는 것은

무례를 넘어 그냥 폭력일 뿐이다


그냥 다 떠나서

막말과 욕설을 쏟아내기 전에

눈 한 번 질끈 감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몇 초만 화를 억누르고 앞질러가면

분노는 3분도 채 못 가서

잊혀버리고 마는 놀라운 매직을 경험하게 될 텐데...


요즘 세상이 워낙 손가락 하나에 움직이다 보니

너무도 쉽고 빠르게 감정을 드러내는 문화가

우리 몸에 배어버렸나 보다


습관적 신경질 시비

우발적 살인 폭행

댓글

별점 테러

알고리즘이 이끄는 확증편향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살짝만 더 참아봤다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거나

다른 결과를 만나게 됐을 일들이다


힘들지만 눈 한번 질끈 감아본다

노력이 쌓이면

소중한 하루하루는

그저 감정을 쏟아내는 막장드라마가 아닌,

찬찬히 감정을 들여다보는 걸작이 되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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