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바이러스와 장마가 이어지면서 1년에 한번뿐인 휴가를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아쉬운 여름을 보내며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나는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냈지?’ 하는 생각이다. 작년에도 그 전 년에도 분명 여름휴가를 기다렸건만 딱히 휴가를 제대로 보낸 적이 없는 것 같다. 남들처럼 여행을 다닌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은행적금 만기일에 휴가를 맞추어 여러 은행들의 이율을 비교하며 1년 단위로 적금을 들고 또다시 예금으로 예치하기를 반복하며, 이율이 높은 은행을 찾아다니던 몇 해 전 기억만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난 그 1년마다 돌아오는 적금 만기일이 가장 행복했다. 그리고 만기일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 항상 1년 단위로 적금 가입을 했다.
이번엔 어디에 있는 은행을 가볼까? 거리가 멀지만 이율이 높은 은행을 가볼까? 아니면 교통편이 가까운 은행을 가야 하나? 여행할 겸 멀리 떠나볼까? 하며 1년마다 돌아오는 여름휴가를 기다리기보다는 적금만기 전에 은행이율을 비교 검색하는 일이 설레고 즐거웠다. 먼 여행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은행으로 가는 길 자체가 여행이었고 행복 자체였다. 아마도 그때 내가 평범한 여름휴가를 다녀온 후 나의 일상인 회사로 복귀하였다면 또다시 ‘아, 그만두고 싶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놀고 쉬는 일은 달콤한 법이니까. 여름휴가를 보내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나의 경우 만기금을 예치해놓고 회사로 복귀하고 나면 어쩐지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조금은 줄어들면서 좀 더 견뎌 더 큰 목돈을 만들어보자는 새로운 각오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게 나의 여름휴가였는지도 모르겠다.
제2금융권은행의 혜택
나는 여름휴가철이면 늘 찾던 제1금융권은행보다 조금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제2금융권은행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제2금융권은행은 새마을금고, 신협, 축협, 수협 또는 저축은행이 있다. 제1금융권은행은 이자가 발생하면 15.4%를 공제하지만 새마을 금고, 신협, 축협은 3천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도 있고 농특세 1.4%만 공제하며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어 최대 5천만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이거나 직장이 있는 지역에 조합원으로 가입을 해야 하고 5만원~10만 원정도의 출자금으로 가입을 할 수 있다(조합원을 해지하면 출자금은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각 지점마다 이율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비교견적은 필수이며 한 가지 더 가끔 은행마다 또 지점마다 특판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일반 이자보다 더 높은 이자를 한시적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가입하기 전에 각 은행지점 홈페이지 또는 전화를 해서 특판 상품이 있는지 언제쯤 판매예정인지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오늘 방문했는데 특판 상품이 내일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과세 혜택은 2020년 이후로 점차 축소될 예정이라고 하니 아래 내용을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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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31일까지 이자소득에는 이자소득세 0%/농특세 1.4%적용
2021년 1월1일~12월31일 까지는 이자소득세 5%/농특세 1.4%적용
2022년 이후에 발생하는 이자소득에는 이자소득세 9%/농특세 0.5%가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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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많은 돈을 적금을 하기 위해 우선 가계부부터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가 쓰는 돈의 흐름을 알아야 지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된 가계부는 성공적이었다.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어느 날부터는 지출내역을 적기 싫어서 돈을 쓰지 않는 날도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장보지 않기(대형마트는 1+1, 또는 필요하지 않은 물품까지도 눈에 보이면 구매욕을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외식하지 않기, 신용카드 쓰지 않기, 포인트 사용하기 등을 실천해봤다. 사실 소비하지 않는 삶은 재미없을 거라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막상 절약하며 푼돈을 모아보니 나름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다. 조금만 더 모으면 조기퇴사의 꿈을 하루빨리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나는 17년째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회사를 다니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불안하거나 다니기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높은 이율의 적금과 예금들이 은행에서 나의 퇴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난 소비하는 재미에 빠지기 전 모으는 재미의 신세계를 먼저 맛보았으며 목표는 오로지 ‘조기퇴사’였지만 적금으로 인해 쉽게 회사를 그만두지는 못했다. 이상하게 돈은 모으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사업할 목돈만 모으면 그만두어야지, 또 결혼자금만 모으면 그만두어야지, 집을 사면 그만두어야지 했다가 이제는 건물주가 되면 그만두어야지 하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바람에 본의 아니게 17년째 회사를 존버하며 오래 다니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과거의 난 요즘의 욜로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욜로가 답일까? 열라 모으는게 답일까?
‘욜로’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태도를 말하며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최근 한 방송에서 방송인 서장훈이 욜로족인 청년에게 하는 조언을 듣고 한동안 멈칫했다.
“내가 가장 행복한 게 뭔지 알아? 내가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해도 된다는 것, 그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몰라. 돈 때문에 자존심을 버리지 않아도 되는 것. 젊었을 때 숙이고 살아야 나이 먹고 허리 펴고 사는 거야.”
누구나 젊음이라는 이름으로 욜로를 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수도 투정도 가난도 모두 용납이 되는 건 그때에만 가능하다. 나이가 들어서는 어쩔 수 없이 젊음을 추구할 수 없다. 때문에 욜로만을 추구하다가는 한순간 골로!! 갈수도 있다.
‘현재가 행복하면 미래에도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나도 잠깐의 욜로 생활을 경험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서장훈의 조언에 폭풍 공감한다. 내가 경험한 잠깐의 욜로족으로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즐기고 나서 후폭풍이 밀려오기도 했다. 내 노후도 걱정이 되었고 더욱더 견디기 힘든 건 다니기 싫은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이었다. 그 생각으로 날밤을 지새운 적도 있다. 그리하여 빠르게 잠깐의 욜로생활을 접고 은행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그리고 매우 열심히 적금의 삶을 시작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이 가치관이 해당하는 건 아니다. 돈을 모으는 것에 재미가 있는지 소비하는 즐거움이 더 큰지는 스스로 경험해보고 판단하라. 중요한 건 한 번뿐인 인생 오늘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에 출근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 우리 삶의 목표는 다른 데 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출근하는 당신을 존버언니는 응원한다. 우리 허리 쭉 펴고, 당당하게 회사생활을 버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