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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Mar 16. 2023

나의 온도는 55.4도

당근마켓과 자원순환

당신의 근처, 당근마켓?


중고거래라니, 처음에는 두려웠다. 당시 혼자 사는 미혼 여성으로서 익명의 누군가와 물건을 거래한다는 것이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용기 내어 토이스토리 피규어를 판매하고 나니 의외로 뿌듯하고 재미있었다. (물론 걱정되어 CCTV가 있는 지하철개찰구나 근처 파출소 앞에서 거래함...ㅎ..) 결혼 후에는 남편과 중복되는 살림살이들을 당근마켓에 내다 팔았다. 각자 자취를 하던 우리가 만나 가정을 이루니 우리 집에는 스팀다리미도 두 개, 체중계도 두 개, 청소기도 두 개, 가습기도 두 개였기 때문이다. 나의 당근마켓 전성기는 출산 전후로, 나의 매너온도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지기 시작한 때다. 아이용품은 다 잠깐 쓰는 거라 새것 사기에는 아까우니 '당근 하라'는 조언을 가장 많이 들었었다. 아기 모빌부터 목욕통까지 아기 용품의 대다수는 당근 한 물건이었을 정도니 말 다했다.


당근마켓 앱이 론칭한 지 만 7년이 넘었다고 한다. 당근마켓의 인기만큼, 쓰는 사람이 많아지는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아졌다. 뉴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중고거래 사기, 익명플랫폼을 악용한 성범죄등의 중한 범죄를 포함하여 당근거지, 당근진상, 비매너 당근 이용자에 대한 토로도 꽤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익명성을 볼모로 한 크고 작은 문제들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원순환 차원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현재의 시장은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수순을 밟는 선형경제의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자원은 무한하지 않고, 폐기할 곳도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흐름을 끊거나 브레이크를 잡아줄 필요가 있다. 일개 소비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소비를 줄이고 폐기를 미루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초등학생 시절 끊임없이 주입당한(?) '아나바다'가 정답일 수도 있겠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그리고 아나바다의 21세기 버전이 당근마켓일지도.


당근마켓 이용자들의 플랫폼 사용 이유 중 눈여겨볼 만한 것이 있었다. 한 논문에 따르면, 이용자들에게는 윤리의식(이타심, 환경보호)에서 비롯된 동기가 분명히 존재했다. 중고물품을 재활용(판매)함으로써 소비재의 잠재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제품의 효용가치를 확장하거나, 제품의 폐기처분을 시간적으로 유보함으로써 친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당근마켓 사용자들은 인식한다. 


윤리의식을 가진 사용자들이 저력을 가지고 저변을 넓혀가는 플랫폼이 되길 바라면서, 오늘의 레스웨이스트 일기 끝!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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