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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초보일수록 ‘미친 듯이’ 시간을 쏟아야 할까?

질보다 양이 중요할 때

by 심상

왕초보와 초보, 중급자와 상급자 사이에는 분명한 실력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단지 기술의 정교함만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의 차이로도 나타난다. 그런데 사람들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시기를 오해하곤 한다. 어떤 이는 "지금도 이렇게 시간을 갈아야 하는데 나중에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라며 도중에 포기한다. 상급자의 단계에 도달했을 때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할 시점은 바로 ‘왕초보’ 일 때, 즉 아무것도 모를 때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인간의 뇌는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신경과학자 존 레이티(John Ratey)는 그의 저서 『뇌, 생각의 출현』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동안 뇌는 일종의 전선 연결 작업을 한다"라고 설명한다.



마치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백지에 처음 선을 긋듯이, 왕초보의 뇌는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다양한 신경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이 신경 연결이 반복되고 강화되면서 점차 익숙함과 능숙함으로 이어진다. 즉, 초반에는 ‘무지’에서 ‘인지’로 나아가는 데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보자. 상급자는 주제와 구조, 표현 방법이 뇌 속에 이미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문장으로 전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왕초보자는 ‘무엇을 써야 하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한 문장을 완성하는 데도 큰 고민과 반복 수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노력의 양이 아니라, 뇌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그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유명한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특히 초보자에게 적용된다. 상급자는 그 1%의 영감만으로도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초보자는 99%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왕초보는 ‘몰라서 헤매는 시간’ 자체가 학습 과정이며, 그 시간을 충분히 통과해야만 진짜 배움이 시작된다.



자동차의 움직임에 비유해 보면 이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엔진이 완전히 차가운 상태에서 시동을 걸면, 첫 1분 동안 연료 소비가 평소보다 40% 많을 수 있다고 했다. 즉, 자동차는 고속 주행 중보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연료를 더 많이 소비한다. 기름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점은 바로 ‘첫 시동’의 순간이다.



글쓰기든 운동이든 공부든 마찬가지다. 처음 시작할 때, 우리의 몸과 뇌는 낯선 영역에 적응하기 위해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처럼 초보자일수록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간쯤에서 포기하는 이유는 ‘효율’이라는 관점에서만 시간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운동 경력 10년의 상급자가 30분 동안 집중적으로 운동할 경우, 그 효과는 초보자가 2시간 운동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왜 난 저 사람보다 많이 운동을 하는 데 몸이 그대 로고, 저 사람은 몸이 저렇게 좋은 거지? 약 빨았나?"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간과해서는 안 될 진실이 있다. 그 상급자도 한때는 왕초보였고, 그 긴 시간을 통과해 현재의 자리에 도달했다는 사실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성장은 노력과 시간의 함수”라고 말한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잘하려는 마음’보다 ‘계속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꾸준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시간, ‘재미가 붙을 때까지 버티는 시간’이 바로 그 성장의 전환점이다. 또한 초보자에게는 ‘양’이 ‘질’을 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다.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양적으로 부딪혀야 질적 도약이 가능하다.



재미있다!"라고글쓰기 연습을 많이 할수록 문장의 흐름이 눈에 들어오고, 어휘가 익숙해지며, 자기만의 문체가 형성된다. 꾸준히 시간을 투자한 사람만이 어느 순간 "이게 재미있다!"고 느끼는 지점에 도달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구나 처음에는 왕초보라는 점이다. 그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상급자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초보자일수록 좌절하지 말고, 시간을 친구처럼 여기고, 반복을 두려워하지 말고, 꾸준함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 그 시간이야말로 가장 값지고 의미 있는 투자이며, 인생 전체를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기초 공사를 잘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빨리 오른다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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