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은 외롭고 싶어요.
학창 시절,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공부 안 하냐?", "공부 좀 해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20대 후반 2년 차 공시생은 "공부 안 하냐?", "공부 좀 해라"라는 말을 아침인사로 듣는다. 그때보다 더 열심히 하는데.....
성인이 되어 공부를 한다는 건 참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어릴 때 공부하는 나는 부모님에게 예쁘고 자랑스러운 아이였다.
성인 되어 공부를 하는 나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내 돈과 내 시간을 들여하는 공부인데, 주변이 더 난리이다.
붙고 떨어지는 건 내 일인데, 주변이 더 궁금해서 난리이다.
내 공부인데, 이상하게 내 공부가 아니다.
90분 공부하고 15분 쉬는데 어쩜 그 타이밍에만 들어와, 공부 안 하는 나를 발견하는지. 잔소리를 하는지. 신기하고 무서울 따름이다. 자연재해보다, 의자 뒤에 서있는 엄마가 더 갑작스럽고 무섭다.
눈물을 흘린다. 공시스트레스인가 봐.
화를 낸다. 공시스트레스인가 봐.
술을 많이 마신다. 공시스트레스인가 봐.
웃는다. 공부가 힘들어 미쳤나 봐.
내 감정과 행동을 모두 공시로 설명하고 이해한다.
그래서, 모든 관심을 끊고자 걸어서 30분 거리로 가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