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DEX Apr 03. 2023

(공시일지 1) 제 공부에 관심 좀 꺼주세요.

공시생은 외롭고 싶어요.

학창 시절,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공부 안 하냐?", "공부 좀 해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20대 후반 2년 차 공시생은 "공부 안 하냐?", "공부 좀 해라"라는 말을 아침인사로 듣는다. 그때보다 더 열심히 하는데.....


성인이 되어 공부를 한다는 건 참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어릴 때 공부하는 나는 부모님에게 예쁘고 자랑스러운 아이였다.

성인 되어 공부를 하는 나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내 돈과 내 시간을 들여하는 공부인데, 주변이 더 난리이다.

붙고 떨어지는 건 내 일인데, 주변이 더 궁금해서 난리이다.

내 공부인데, 이상하게 내 공부가 아니다.


90분 공부하고 15분 쉬는데 어쩜 그 타이밍에만 들어와, 공부 안 하는 나를 발견하는지. 잔소리를 하는지. 신기하고 무서울 따름이다. 자연재해보다, 의자 뒤에 서있는 엄마가 더 갑작스럽고 무섭다.


눈물을 흘린다. 공시스트레스인가 봐.

화를 낸다. 공시스트레스인가 봐.

술을 많이 마신다. 공시스트레스인가 봐.

웃는다. 공부가 힘들어 미쳤나 봐.

내 감정과 행동을 모두 공시로 설명하고 이해한다.


그래서, 모든 관심을 끊고자 걸어서 30분 거리로 가출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