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H Feb 20. 2021

Happy Birthday to you.

안녕, 2021


 어느덧 미국에서 맞는 나의 3번째 생일.

코로나로 인해 상황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한국에 있었다면 친구들과 파티를 하거나 함께 모여 술을 마셨을 것 같다. 어쩐 일인지 올해는 정말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생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1년의 첫날에 보람찬 일을 해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커피를 내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블루베리를 잔뜩 넣은 요거트와 함께 책상으로 갔다. 새로 만든 2021 다이어리를 열어 오늘의 할 일들을 나열했다. 다이어리에 쓰여 있는 계획들을 보는 것만으로 벌써 뿌듯해졌다. 오늘의 계획은 글쓰기로 시작해서 영어공부로 끝내기. 남편의 퇴근 시간이 5시니 그 전까진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어린 시절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하면서도 그 혼자 있는 시간 동안의 적막함이 싫어 항상 티브이를 켜놓고 살았었다. 어둠이 있는 공간과 소리의 빈 공간을 채우려 동생과 함께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항상 형광등과 티비를 켜 두곤 했다. 누군가는 조용한 시간에 집중이 잘된다지만 나는 티비 소음이 없으면 마음이 불안했고 외로웠다. 그래서인지 학창 시절 항상 티비 소리와 함께 공부를 하고, 밥을 먹었다. 이러한 환경이 나와 동생을 산만한 성격의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물론 나는 격변의 20대를 거쳐 30대가 되면서 더 이상 소음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불안했던 빈 공간을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채워나가고 있다. 결혼을 한 후, 나와는 정반대로 침착한 성격의 남편 덕분에 항상 불안했던 나의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나 보다.


 불안감을 느끼던 어린 시절의 영향 때문인지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지 않으면 나의 존재는 쓸모없고 무의미한 존재인 것 같은 마음으로 20대를 살아왔다. 누군가 나의 나태한 부분들을 눈치챌까 봐 항상 겁내며 살아왔고, 그래서인지 항상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려고 했다. "나 뭔가 하고 있어요!"를 외쳤고 남들에게 인정받을 때 비로소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곤 했었다. 학창 시절 경쟁심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 건지 욕심은 많은데 게으른 내 모습에서 느끼는 괴리감에서 온 건지 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취업을 하면서 나도 언제 생겼는지 모르는 열등감이 생겼다. 남들과 나를 비교하고 저들보단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고,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 라는 생각을 해왔던 거 같다. 정작 남들은 나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도 나 스스로를 괴롭혀 왔다.


 미국에 오게 되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물리적으로 멀어지게 되면서 심리적인 거리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사라졌고,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생존을 해야 하는 이방인의 삶을 살게 되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 이 땅에 살아남기 위해 내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것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비로소 30대가 되어서야 남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쫓게 되었다. 물론 한국에 살았다면 겪지 않았어도 되는 외로움과의 싸움은 매일 진행 중이고,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있는 가시밭길과 같은 나의 인생은 계속될 테지만 적어도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으니 고된 길이어도 풍경도 즐기고 바람도 느끼며 천국에 가는 그날까지 살아보자.

우선은! 오늘의 계획부터 끝내볼까

매거진의 이전글 클럽하우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