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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윤 Aug 20. 2020

책을 좋아하세요?

손에 잡히는 책에 대해서

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닙니다. 대학교 재학중엔 글을 쓰는 학과인데도 책을 너무 안 읽어 문제였죠. 이 글에서 말하는 책은 그 속에 담긴 내용이 아닙니다. 손에 들 수 있는 물질 형태의 책을 말하려고 합니다. 유독 공감을 얻고 싶은 글은 누군가를 향해 말하듯 글을 쓰게 되는 거 같습니다.


아무튼 책을 좋아하십니까? 책을 읽고 읽지 않고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책이 처음 배송된 박스를 받아들고 안쪽에 내용물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히 뜯은 뒤 완충재를 치우고 비로소 한 권씩 살펴보지 않습니까. 맘에 드는 책을 소장하고 외적인 부분을 바라보는 마음을 풀어볼까 합니다.


하드커버로 된 책을 받아들 때는 왠지 책의 머리 부분을 보게 됩니다. 가름끈이나 제본에 덧대진 첫이 표지 색과 잘 어울리는지 보며 잘 맞아떨어졌을 때의 기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둥근 환양장은 왠지 둥근 책등 부분을 쓰다듬게 되고 사각의 각양장은 모서리 부분을 괜히 만져보게 됩니다. 시리즈라도 된다면 모두 사서 늘어놓고 꽂아두고 싶지요. 소장하는 사람의 마음을 뿌듯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입니다. 혹시 커버가 있다면 커버를 벗겼을 때 드러나는 안쪽 표지도 설레게 만들죠. 와 행여 따로 디자인이라도 들어가 있다? 정말 좋아요!


일반 양장일 때는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요. 사실 들고다니는 용도라면 하드커버가 상할까봐 일반 무선 제본으로 된 책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드커버와는 다르게 날개가 존재하지요. 하드커버엔 대신 커버를 씌우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책갈피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책이나 출판사의 정보를 읽는 곳이기도 하구요. 저는 책 망가지는 걸 선호하진 않지만 손길을 좋아하는 분들은 자연스레 책갈피로 사용하시는 거 같아요. 일반 양장은 날개도 좋지만 인쇄 옵션이 많이 들어가 있죠. 제목을 쓰다듬으면 도드라지게 올라오기도 하고 매끈하게 코팅된 느낌이기도 하고, 박 종류는 얼마나 많으며 코팅도 다양하더라구요. 요즘은 홀로그램이 유행하면서 다양한 박이 보이는데 서점에 가면 진열된 책 표지만 봐도 시간이 잘 가지요.


그리고 내용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내지를 보지 않는건 말이 안되죠. 적절한 여백과 행간으로 이루어진 내지에 적절한 포인트에 별색이 들어가 있는 것도 정말 좋은 거 같아요. 가독성에 의문은 생기지만 형광이라던가 밝고 이쁜 색이 들어가 있다면 그 자체로도 시선을 끌더라구요. 최근엔 네온 빛깔이 유행하다보니 사용되는 별색도 느낌이 달라진 거 같아요. 사진에 들어간 캡션 디자인이 본문과 다른 경우도 있죠. 최근 봤던 시집에선 올컬러로 내지마다 색이 달라지는 것도 봤던 거 같아요. 내지도 디자인 요소가 정말 많은 거 같아요. 책을 펼쳐서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느낌이 다른 것조차 좋더라구요.


얼마 전에 배송 온 책을 꺼냈는데 두 책 모두 붉은 색 박이 들어가 있어서 한참 보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일부러 박이 들어갔다고 선택한 것도 아니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이 둘 다 붉은 박이 들어가 있었다니. 이런 우연도 소소하게 즐거운 거 같아요. 


책을 읽지 않고 쌓아둔다고 해서 적독가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지요. 저는 이 말이 좋은 거 같아요. 물론 가득 차서 한계에 다다른 책꽂이를 볼 때는 한숨이 나오지만... 이렇게 종종 맘에 든 책에 대해서도 리뷰해볼 거 같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모두 즐거운 책구경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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